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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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영성의 샘을 찾아서] 포콜라레 도시 로피아노 (끝)

자발적 경제활동 안에서 포콜라레 운동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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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알아야 새로운 것도 알 수 있다. 역사가 없다면 현재도 없는 법이다. 영성도 마찬가지다. 영성을 찾기 위한 과거 신앙선조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2000여 년 동안 가톨릭교회가 그 맥을 이어올 수 없었다. 또한 시대의 요구에 따르는 새로운 영성을 내놓을 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의 여행은 중요한 것이다.

끼아라 루빅(1920~2008)에 의해 시작된 ‘포콜라레’ 역시 과거의 가톨릭 역사가 이어져 왔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계명 ‘사랑’을 현대에 맞게 실천하도록 독려하는 포콜라레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항상 귀 기울이는 교회의 역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전통영성의 샘을 찾아서’ 마지막 순서로 포콜라레의 도시 이탈리아 로피아노를 소개한다.



■ 벽난로의 영성, 포콜라레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포콜라레는 가톨릭 영성 운동 중 하나다. 끼아라 루빅이 창시한 영성 운동의 근본은 복음에 있다. ▲주님의 말씀과 모범에 따라 모든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며 ▲모든 사람 안에서 예수를 알아보고 사랑하고 ▲먼저 사랑하는 것으로 이웃과 일치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포콜라레 운동의 정신이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일치’는 포콜라레의 중요한 영성이다. 사회 신분과 성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운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82개국에 확산된 운동에는 평신도는 물론 수도자와 사제등 2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치’는 운동 구성원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포콜라레 활동 중에서도 ‘다른 종교,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과의 대화’와 ‘다른 신념을 지닌 사람들과의 대화’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포콜라레 회원들은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시크교, 유교, 도교 등과 활발히 대화를 나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의 테라바다 소승불교, 일본의 텐다이 정통 불교, 인도의 샨티 아쉬람 공동체 등과 삶을 통한 대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또한 300여 개가 넘는 개신교회와도 접촉하며 복음적 사랑을 통한 그리스도교간의 일치를 이루고자 애쓰고 있다. 포콜라레 운동 목적인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를 실현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활동 안에는 ‘사랑’이 내포돼 있다. 성모 마리아가 보여준 사랑과 신앙의 모범을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포콜라레 운동의 핵심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인간에 대한 실망, 심리적 공황 등이 팽배하던 1940년대 유럽에서 끼아라 루빅은 ‘사랑’이라는 가치에서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 모든 공동체가 완전한 사랑이 되자는 것이었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기 안에서부터 나오는 작은 사랑실천이 세상과 인간을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1943년 몇 명의 여성 회원들과 함께 포콜라레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1947년 트렌트 교구장에게 인가, 1953년 교황 비오12세로부터 인준 받았다. 1962년 교황 요한23세가 최종 인준함으로써 교황청 소속 평신도 신심단체로 활동하며,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다.

포콜라레 정신은 다양한 방면에서 실천된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복음적 생활로써 사회의 혁신을 위해 일하는 ‘새인류 운동’, 가정생활에 초점을 맞춘 ‘새가정 운동’, 일치된 세계를 위한 젊은이 운동과 일치를 위한 ‘청소년 운동’, 교회 공동체에 초점을 맞춘 ‘새본당 운동’과 ‘사제운동’, ‘남녀 수도자 운동’ 등이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회원들은 각 신분과 위치 안에서 살아가며 사랑을 실천하며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포콜라레 소도시 로피아노에서는 종교와 성소,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가 ‘일치’된 삶을 지향하며 살아간다.
 
 

■ 포콜라레 도시, 로피아노

피렌체 근교 인치사의 작은 구릉 위에 세워진 포콜라레 소도시 로피아노. 지형이 아시시와 닮은 이 도시에는 매년 전세계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가톨릭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뿐 아니라 타종교 신자와 무신론자까지도 이곳을 찾아온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복음 안에서 하나되는 일치의 삶’ 즉 포콜라레 정신을 배우기 위함이다.

1964년 엘레토 폴로나리가 기증한 땅에 설립된 로피아노에는 가정집과 공동숙소, 학교, 단과대학, 공장, 농장, 공연장 등 여러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말 그대로 포콜라레 운동을 배우기 위한 하나의 작은 도시다. 학교도 사제학교, 수도자학교, 젊은이들학교, 가정학교 등 세분돼 있다. 이곳에서 2~3년 간 그리스도인으로서 봉헌의 삶을 수련하고 각자의 나라에서 로피아노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로피아노에는 800~900여 명이 머무르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다. 7~8명의 한국신자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각자 정해진 작업장에서 일을 한다. 가내수공업이지만 생산 목표량은 정해 놓고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작업반장도 있지만 관리감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랑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로피아노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마저도 공동으로 나눈다.

포콜라레 소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경제공동체’도 로피아노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1991년 브라질 포콜라레 소도시 아라첼리를 방문한 끼아라 루빅은 고층 건물의 부촌과 빈민촌을 번갈아 보면서 빈부의 격차를 실감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공유의 경제’고, 이후에 경제공동체가 구성됐다. 전세계에 8개의 공동체가 있으며, 이탈리아에는 로피아노가 유일하다. 이곳에는 유아용품 판매장부터, 유기농제품 판매점, 서점, 보험회사 등 다양한 사업체가 들어와 있다. 제품의 품질도 좋아, 이탈리아 내에서 인정받는 기업들도 많다. 이들은 수익을 ▲회사를 위한 투자 ▲기업 운영자와 직원 등의 문화적ㆍ교육적 투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투자 등 삼등분으로 나눠 사용한다. 경제활동 안에서의 포콜라레 운동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것은 이런 결과는 강압이 아닌 자의에 의한 참여라는 점이다.

로피아노에서 12년 동안 생활하고 있는 김미숙(안나)씨는 “로피아노는 형제애를 지향하는 도시”라며 “종교와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나 이곳에 올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포콜라레 영성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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