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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교회건축] 서울 혜화동성당

안창모(크리소스토모,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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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있는 혜화동성당은 고딕양식으로 정형화됐던 성당건축 틀을 깬 교회건축으로, 성당건축의 모형이 될 기념비적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바탕으로 근대주의 조형 언어로 지어진 장방형의 상자형 건물은 기둥에 의해 분할돼 신자석과 통로로 구성된 바실리카식 공간 구성의 틀을 해체했고, 측면 기둥 사이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의해 연출되는 내부 공간은 고딕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고측창(천장 가까이에 만들어진 채광용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연출하는 공간과는 다른 평화로움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건축형식은 바뀌었지만, 교회가 담고 있는 내용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성당 한편에는 예외 없이 종탑이 있고, 정면 조각에는 하느님 말씀이 담겨 있다. `최후의 심판도`가 그것이다. 바실리카식 교회건축의 전통 아래 지어진 로마네스크교회와 고딕교회에는 주로 주출입구 상부에 최후의 심판이 부조돼 있는데, 혜화동성당에서도 예외 없이 최후의 심판도가 정면에 조각돼 있다.

 이 조각에는 한가운데 그리스도가 앉아 있고, 좌우로 네 복음사가를 상징하는 부조와 함께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로라`, `천지는 변하려니와 내 말은 변치 아니하리라`는 성경 문구가 새겨져 있다. 왼쪽으로부터 사자, 독수리, 천사 그리고 황소가 표현돼 있는데, 이는 각각 마르코, 요한, 마태오 그리고 루카를 상징한다. 이 조각에서 예수가 안고 있는 지구는 인간 세상을 뜻하고, 그 위의 십자가는 세상을 위한 예수의 희생을 의미한다. 옥좌 뒤로는 광채가 빛나고 세상 모든 권세를 지닌 그리스도가 선인과 악인을 향해 오른손을 들고 최후의 심판을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야트막한 오르막에 있는 혜화동성당은 장방형의 단정한 건물과 공간으로 절제된 현대적 감각을 보여주지만, 성미술의 존재로 풍부한 메시지와 공간감을 갖는 교회건축이다. `최후의 심판` 조각 외에 종탑에는 수호성인인 베네딕토 부조(김세중 작)가 있고, 성당 안은 항상 크고 작은, 높고 낮은 곳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환하게 비친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로다`를 주제로 한 스테인드글라스(이남규 작), 김세중이 제작한 청녹색 대리석 제대와 청동으로 제작한 십자고상, 문학진의 103위 순교성인화(1976), 최봉자 레지나 수녀의 감실(1993), 이순석의 세례대(1958), 김종영의 성수반 등 혜화동성당과 함께하는 수많은 성미술은 마음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 성심을 대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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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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