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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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을 말한다] 제3화 : 성당건축을 위한 사제와 건축가의 역할

''신뢰''라는 반석 위에 짓는 ''사랑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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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은 사제와 건축가, 건축 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세계 최고 사례다.
 
 
   가우디가 설계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 성당을 짓는 데 건축가는 무엇을 했으며 교회가 얼마나 도와줬는지 잘 모르는 채, 이 성당의 특이한 건축형태만을 좋아한다. 이 성당은 사제와 건축가, 그리고 건축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세계 최고 사례다.

   이 성당은 사회가 올바로 회개해야 함을 표현하는 징표였고, 가난한 이들 헌금으로 시작한 건축공사였다. 건축가는 일생을 이 성당 설계에 바쳤고, 건축위원회는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건축가의 안을 채택해줬다. 특히 성직자들은 건축가를 전적으로 신뢰해 성당의 모든 조형, 심지어 벽에 붙는 글자 하나까지도 건축가에게 일임했다. 이들의 모든 역할이 최고 성당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만들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인 성당을 지을 때는 수많은 사람이 관여하게 된다. 성당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 건축가, 시공자, 감리자 등 많은 사람이 각자 역할을 통해 이뤄지는 하느님 선물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임무와 역할은 역시 본당 사제에게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이 건축가다. 본당 사제는 성당을 건축하는 주체다.

   그러나 성당을 지어가는 모든 과정의 주인은 아니다. 본당 사제는 성당 건축을 통해 본당 공동체에 대한 하느님 뜻이 어디 계신가를 생각하고, 모든 신자가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성당을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본당 사제는 단지 효율적이고 세련되기만 한 건축을 넘어서 정신적 깊이를 가진 성당건축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사제에게는 올바른 성당을 건축하기 위해 가져야 할 세 가지 숙제가 있다. 첫째는 공동체인 교회를 어떻게 건물인 성당으로 바꿔내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신자와 함께 봉헌하는 미사이며 공동체 생활이다. 자신도 모르게 어떤 구체적 성당의 형상을 먼저 떠올리고 이를 실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무릇 성당은 고딕건축 형태여야 한다는 선입관 때문에 이를 건축설계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한편 신자가 미사를 드리는 규모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성당이 자칫 개신교회에서 자주 보듯이 공연장을 닮아가기 쉽다.

 두 번째 숙제는 성당이 지어지는 `땅`에 대해 잘 알고 이에 대처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성당이라는 건물 자체에는 관심이 많아도, 그 건물이 지어질 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대지를 매입하는 경우나, 매입한 대지에서 성당을 건축해야 하는 때도 마찬가지다. 땅에는 지형과 지질만이 아닌 여러 조건이 붙어 있다.

   주변에 어떤 종류 건물이 있는지, 어떤 지역과 지구에 속하는지, 도로에 따른 시선 제한과 일조 조건, 건폐율(건물이 땅을 덮은 비율)과 용적률(대지에 지을 수 있는 바닥면적의 합)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지목(地目)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인지, 전(田), 답(沓), 임(林)인지를 지적도에서 잘 알아둬야 한다. 그러려면 `토지이용계획확인서`로 땅을 이용하는 데 부가된 규제사항, 적용기준, 관리사항, 관련 개별법 등 건축하는 행위의 절차와 법적 기준을 건축사 도움을 받아 확인해야 한다.

 성당 대지를 매입하려는 때부터 이미 건축기획은 시작된 것이다. 이때 땅의 모양은 이상해도 의외로 건축에 유리한 경우가 있고, 형상은 반듯한데 주거지역에 둘러싸여 제한이 심한 경우도 있다. 특히 건축할 수 있는 폭을 가진 도로가 대지에 접하는지를 잘 알아봐야 한다. 도로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건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주차 여건이나 학교 등 주변 시설이 어떻게 인접하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모든 건축물이 그렇지만, 성당은 한번 지어지고 나면 어떤 다른 건물보다도 훨씬 오래간다. 그리고 그 사회의 역사를 만들고 기억의 장소가 된다. 이렇게 되려면 집과 집 사이에 힘들게 끼어 들어간 성당이 아니라 지역의 중심이 되는 성당, 시간이 지나 풍화(風化)될수록 돋보이는 성당, 여러 세대가 어울리고 사랑하는 성당을 짓고자 해야 한다. 성당을 지어야 하는 본당 사제는 기획하는 한두 해를 빼고 나면 나머지 2~3년 안에 다 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므로, 시간을 두고 성장하는 성당건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숙제는 좋은 건축가를 선별하고 그를 지원할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다. 결국 좋은 건축가라야 좋은 성당을 지을 수 있다. 성당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사제 생각을 잘 읽고 이 시대의 성당을 짓는다는 깊은 성찰을 가진 경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건축가는 전례를 잘 이해하고, 공동체 생활의 사소한 면도 중요하게 여기며, 단순한 실용을 넘어 순수하고 거룩한 공간을 독창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교회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새 성당 봉헌 소식에는 성전의 규모, 간략한 시설, 봉헌식에는 관심이 많아도 그 성당을 세우게 된 `정신`이나 그것을 설계한 건축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사제는 성당건축 예산과 소요면적, 사용 방안을 미리 설정한 뒤 건축가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단 건축가를 통해 설계를 받아본 다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건축가가 구상하는 설계안은 본당 신부가 기획단계에서 결정했어야 할 조건을 다시 검토해보려는 기초 자료가 결코 아니다.

 건축가는 현상설계를 통해 선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평소에 잘 알고 있는 건축가를 선임하는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사제에게 편하기만 한 건축가라면 선임하지 않는 것이 옳다. 현상설계인 경우는 본당 사목위원 등이 심사하기보다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많은 또 다른 건축가나 교수 등에게 의뢰해 공정을 기해야 한다. 본당에는 성당건축 본질을 잘 이해하고 사제를 보좌하며, 건축가와 시공회사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건축위원회를 두는 것이 상례다.

   본당 안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는 일정한 권한을 주고 외부 전문가로 위원회를 운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설계가 아닌 시공경험자, 감리경험자, 설비전문가가 이 위원회를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신자들 의견을 듣는다는 이유로 건축가가 제시한 안을 신자들에게 스티커를 붙이며 투표하게 하는 것을 봤는데, 성당건축에서는 해서는 안 될 판단 방식이다. 신자들 의견을 들으려면 건축가에게 제시할 조건을 정하기 전에 미리 해야 한다. 이런 여러 조건들을 갖추고 이뤄지도록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이 본당 사제 역할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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