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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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성경주해] (201) 티모테오 1서 1,13

자격 없는 이들에게 은총이 거저 주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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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1티모 1,13】

“나는 전에 그분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하던 자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믿음이 없어서 모르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바오로 사도의 글을 듣고 여러분 가운데 더러는 그 내용 때문에 걱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율법에 따른 의로움으로 말하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필리 3,6-7). 사도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율법에서 오는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있으려는 것입니다”(필리 3,8-9).

율법이 해로운 것이고 쓰레기라면, 어떻게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율법에 따른 의로움으로 말하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 율법을 주신 분이 누구입니까? … 그가 다른 곳에서 하는 말을 들어 봅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한 의로운 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 자비에 따라, 성령을 통하여 거듭나고 새로워지도록 물로 씻어 구원하신 것입니다”(티토 3,5).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나는 전에 그분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하던 자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믿음이 없어서 모르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러니까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흠잡을 데 없이 처신했다고 단언하는 한편 자신이 지독한 죄인이었다고 고백함으로써, 그런 바오로도 용서를 받았으니 어떤 죄인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170,1)

바오로 사도는 박해자였다가 “선포자와 사도와 [민족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임명”(2티모 1,11)되었습니다. 그는 “나는 전에 그분을 모독하고 박해하던 거만한 자였으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먼저 나를 당신의 한없는 인내로 대해 주시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당신을 믿게 될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삼고자’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다”고 말합니다(1티모 1,13.16 참조).

우리가 약해져 가던 우리의 죄에서 구원된 것은 하느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하느님만이 영혼을 구원하는 치료제입니다. 영혼은 스스로에게 쉽게 해를 입힐 수는 있지만 치료는 절대 못합니다. 육체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 몸이 낫기 위해선 의사의 처방을 따라야 합니다. … 영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278,1-2)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요한 1,16)가 무슨 뜻입니까? 먼저 믿음으로 하느님의 호의를 얻고, 죄를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그런 큰 선물을 받았으니 은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은총이 무엇입니까? 거저 주어지는 것입니다. 받고서 되갚지 않는 것입니다. 빚을 졌고 그에 대한 값을 치렀다면, 그것은 은총이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라는 이 은총을 받았으면 그대는 믿음으로 의롭게 될 것입니다. “의인은 믿음으로 살 것이다”(로마 1,17 히브 10,38 하바 2,4)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먼저 믿음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호의를 얻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살아 하느님의 호의를 얻으면 여러분은 그 보상으로 불멸과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이것이 은총입니다. … 자신이 하느님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하던 자”였으나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은 이 은총을 고백하는 말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요한 복음 강해」 3,9-10)

(계속)


노성기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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