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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성경 주해] (94) 루카 복음 (16) 그리스도께 입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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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상냥한 말씀이 차가운 가슴을 파고들었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었습니다. 말씀을 듣기 전에는 속으로 비난하던 자가 말씀을 듣고 나서는 내놓고 찬양합니다. 겸손하고 부드러운 말은 원수마저도 복종시켜 경의를 표하게 합니다. 겸양은 가까운 친구들 사이뿐만 아니라 자기를 미워하는 자들에게도 효력을 미칩니다(시리아인 에프렘, 『우리 주님에 관한 설교』, 24,2).

【성경본문 : 루카 7, 44-48】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다.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발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부어 발라 주었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기적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 바리사이의 어리석음

시리아인 에프렘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고백한 것은 바리사이 시몬이 아니라 여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시몬은 예수님을 단지 사람으로만 봤습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의 기쁨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의사이신 당신을 의심하는 바리사이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여인의 죄를 용서하셨습니다. 그분은 광장에서 표징을 행하셨고, 바리사이의 집에 들어가셔서는 밖에서 행하신 것보다 더 큰 표징을 일으키셨습니다. 밖에서는 병든 육신을 고쳐 주셨지만, 안에서는 병든 영혼을 고쳐 주신 것입니다. 밖에서는 라자로를 죽음에서 살려내셨고 안에서는 죄 많은 여인을 죽음에서 살려내셨습니다. 영혼이 떠났던 육신에 살아 있는 영혼을 돌려주셨고, 죄 많은 여인 안에 살던 무거운 죄를 몰아내셨습니다. 그러나 눈먼 바리사이는, 눈앞에 벌어지는 기적으로도 모자란지, 주님께서 일으키시는 놀라운 일들을 끝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시리아인 에프렘, 『우리 주님에 관한 설교』, 42,2).

그리스도께 입 맞추기

암브로시우스는, 여인은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에 그분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고 설명합니다. 오늘날 교회도 성찬례 때 입맞춤을 나누는데, 이는 성도들이 그리스도께 입 맞추는 대신 서로에게 입맞춤으로써 공개적으로 신앙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가장 작은 이들과 비천한 이들을 사랑의 기름으로 닦아 주는 것은 그리스도께 기름을 발라 드리는 것입니다.

입맞춤은 사랑의 표시입니다. … 복음서에서 주 예수님의 행적을 읽고 그분을 거룩한 사랑으로 기리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발에 입 맞춥니다. 경건한 입맞춤으로 주님의 발자취를 더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찬례의 입맞춤으로 그리스도께 입 맞춥니다. “읽는 이는 알아들으라”(마태 24,15)고 하였습니다. … 교회는 그리스도의 발에 입 맞추기를 그치지 않으며, 아가를 부르며 한 번이 아니라 많은 입맞춤을 하기를(아가 1,2 참조) 소망합니다. 복된 마리아께서 그분의 모든 말씀에 귀를 기울이셨듯이, 교회는 복음서나 예언서가 낭독될 때 그 말씀에 귀 기울이고 모든 말씀을 마음속에 간직합니다(루카 2,51 참조). 교회만이 신부처럼 입을 맞춥니다. 입맞춤은 혼인 서약이자 혼인생활의 특권입니다(암브로시우스, 『서간집』, 62).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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