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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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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신학원에서의 생활은 매일 피정을 하는 것 같았고 교수 신부님들의 신학강의도 아주 귀에 쏙쏙 들어와 이를 일일이 정리해 시험 전에 다른 동료 학생들에게도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각종 축제 행사와 동아리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등 제2의 삶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했다. 전에 그토록 짓누르던 모든 외적인 어려움과 고통을 오히려 나를 이끌기 위한 하느님의 섭리로 생각하니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고, 오직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서의 희망만이 나의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드디어 2002년12월 졸업을 앞두고 `어느 분야에서 활동을 할까` 하고 여러 가지로 망설이고 있던 중 묘하게도 신학원으로 인도했던 지인의 권유로 경찰사목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서울대교구 특수사목부 경찰사목위원회에서 선교사로서의 새로운 길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경찰사목위원회가 막 출범(2000년 9월)한 직후라서 위원장 신부님을 비롯한 몇 안 되는 선교사들이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 등 서울 시내 전 경찰기관에 가톨릭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이미 30~40년 전에 진출해 터를 닦아놓은 개신교와 불교 등 타 종파에 비해 이제 막 어린아이가 발걸음을 떼어놓은 상황이라고나 할까!
 
 맨 처음 서울지방경찰청 담당 선교사로 파견받고 군 생활 중인 전경대원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보통의 본당 예비신자 교리처럼 당연히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대원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큰 착각에 빠진 것이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오는 대원들도 일정한 천주교 대원만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대원들이 바뀌어서 오다 보니 기준을 맞추기도 어렵고…,참으로 난감했다. `아니, 이런 곳이 다 있는가?` 인간적 갈등과 함께 앞으로 계속해야 할지 수차 망설이기도 했으나, `나를 인도하신 하느님이 분명히 뜻이 있어 이곳으로 보내지 않으셨을까`하는 마음이 들면서 기도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묵묵히 나아갔다.
 
 당시 경찰기관의 배타적 자세와 타 종파의 은근한 질시 등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공소격인 경신실을 각 경찰서와 기동단에 설치해 나가면서 경찰기관에 뿌리를 내려가는 과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난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신부님을 중심으로 전 선교사들은 기도로 똘똘 뭉쳐 풍랑을 헤쳐 나갔다.
 
 이러한 외적 활동과 함께 전ㆍ의경들의 인성 향상을 위한 해피아트테라피(H.A.T.)를 도입하고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경찰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 복음화에도 박차를 가해 결국 경찰 당국의 긍정적인 호응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선교의 패러다임을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구상하고 추진해 나간 결과로 생각되며, 우리는 어려움을 이겨낼 때마다 함께 해주신 하느님의 은총에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나도 이에 동참해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0대 젊은 대원들의 눈높이에 맞게 사고를 하게 됐고 모든 시간과 정보를 여기에 초점을 맞춰 몰입하게 됐다. 젊은이들도 어렵다는 동영상을 찍고 직접 제작해 대원들에게 보여주고, 인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군 생활의 가치를 심어주고 삶의 희망을 심어주는 활동을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보람 있고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군 생활을 단순히 때우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의미 없이 지내는 대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인생과 신앙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기도로 주님께 봉헌하면 이상하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지혜가 떠오르고 많은 지휘관들과 대원들의 호응을 받게 됐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살예방 전문가, 표현예술 상담사, 자원봉사 강사, 인권 상담사, 성 교육 강사, 성폭력 상담사 등 필요한 전문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니 나중에는 서울시내 전 경찰서와 기동단 대원들을 대상으로 인성 및 인권 강의를 수시로 하게 됐다.(계속)

 이계상 분도(서울 명일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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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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