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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르심<끝>

평화방송·평화신문 신앙체험수기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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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49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청년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날도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한 청년이 다가왔습니다. 기도 모임을 함께하지 않겠느냐면서. 기도라는 말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마음 한구석으로는 성당에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받은 것들을 보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사실 그때 아빠의 첫 제사를 지내고 이사를 하기로 결정한 상태여서 더욱 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하느님께 마음을 연 곳이니 그 성당이 저에게 특별하게 여겨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제 아버지를 지켜 주시고 저를 안아 주신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성당을 다녔던 제가 청년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다니게 됐고, 하느님에게서만 위로를 받던 제가 친구들에게서 따뜻함을 느끼게 됐고, 아빠로 인해 생긴 상처에 약을 발라 주는 이가 하느님뿐 아니라 친구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일들과 날들이 펼쳐졌습니다.

성당에 들어오게 했던 부르심은 또 다른 부르심으로 계속해서 연결됐습니다. 기도 모임이 청년회 활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성당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행동들이 저에게, 친구들에게, 성당에 좋은 영향을 퍼뜨릴 뿐 아니라 하느님의 향긋한 내음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도 기쁨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가끔 제가 연도를 하러 가기도 했으니 제 삶이 변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때 아빠를 위해 연도하신 분들께 고마움을 뒤늦게 느끼는 계기도 됐습니다.

이렇듯 부드럽게 연결된 부르심으로 제 안에서 평화의 작은 줄기가 연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육체적인 것에 마음을 쓰면 죽음이 오고, 영적인 것에 마음을 쓰면 생명과 평화가 온다는 말을 조금씩 느껴가는 중입니다.

물론 성당을 다니며 늘 기쁨에 찼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제 부족한 능력 때문에 힘겨울 때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 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여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건 제가 저를 부르신 하느님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당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도의 의미보다는 행위에 더 힘을 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건 사람을 보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를 부르고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 분명 하느님인데 말이죠.

마음의 시선을 사람이 아닌 하느님께 둔다면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도 신앙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듯 아직도 어린 양이어서 하나를 알아가기 위해 아픔도 직접 겪어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때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제가 바보 같아 주먹으로 톡 하고 머리를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 말씀을 빨리 많이 깨닫는 것보다 늘 마음의 귀를 열고 들으려고 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 여기며 저 자신을 위로합니다. 그렇게 신앙생활을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투정 많은 어린 양이지만 이번에는 저를 어디에서 어떤 부르심으로 부르실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그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게 될지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하느님의 어떤 부르심을 받으셨습니까?

아직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했습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당신 또한 하느님께서 부르실 겁니다.

마음을 열고 기대하십시오. 어떻게 당신을 부르실지 말입니다.

눈물을 흘릴 수도, 웃을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적절한 때에, 당신이 간절하게 필요한 것으로 당신을 부르실 테니까요.

하느님은 생각보다 감각이 참 많으신 분이십니다.

혹시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시나요?

그렇다면 걱정하지 마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먼저 부르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 깊은 구렁 속에서 주님, 저는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제소리를 당신께서는 들으셨습니다.

제가 당신을 부르던 날 당신께서는 가까이 오시어 말씀하셨습니다.

“                                          .”

“     ” 안은  여러분이 어떤 부르심을 겪은 뒤 채워 주십시오.

계속 하느님을 부르다 보면,

어느 순간 그의 향기를 맡게 되고, 말소리를 듣게 되고,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도 제가 먼저 하느님을 불러 보려고 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진아 율리안나

서울 미아동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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