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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부 인 (竹 夫 人)
김 후 자
재활용 쓰레기 더미 위에
죽부인이 누워계신다
다른 건 다 가져가도 사람들
죽부인에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다
상처가 상처를 달래줬을 시간들이
구멍 뚫린 살 속으로 파고든다
조강지처 어머니도 버려진 적이 있었다
틈만 나면 밖으로 도는 아버지
휘파람 따라 둥둥 떠다닐 때
대숲에 휘청이는 바람소리만 안고
뒤척이던 어머니는
얇은 잠속에서도 늘 깨어있었다
아무것도 줄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
노을처럼 느적느적 돌아오신 아버지
버려진 아버지를 품에 안은 건
죽부인 당신이었다
곧은 성품,
흐트러짐 없는 당신이 누워계신다
움푹 패인 상처마다
괜찮다, 괜찮다 나지막한 소리
달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