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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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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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소설 부문    응모작 45편 중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네 편이었습니다. 박주호의 소리 없는 아우성 은 청각장애 소년들의 야구 이야기입니다. 일반 고교팀과의 경기에서 형편없는 점수 차로 콜드게임 완패를 당하지만 소년들은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정상의 고교팀과 경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과 정상인(?)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고 기뻐하는 눈물겨운 이야기입니다. 소재는 좋았으나 문장이 단단하지 못하고 소설로서의 형상화 작업이 미흡했습니다.
 박지인의 꽃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는 6학년 소녀 눈에 비치는 장미농장의 어머니와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작품인데 묘사보다 설명이 많은 점이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사업 때문에 은둔했던 아저씨가 용기를 내어 떠나는 결말은 이 작가의 범상치 않은 역량을 엿보게 합니다.
 김도민의 시간의 얼굴 은 제목이 시사하듯 형이상학적 소재입니다. 시한부로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장년의 조각가가 김대건 성인얼굴 복원작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를 이용하면 얼굴 두께와 모습을 사실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각가는 자신의 스물 다섯 살 적을 기억하며 작업에 매달리는데 관념적인 설명이 많아 소설로서의 생명감이 절실하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당선작으로 일치를 본 향수 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우선 읽는 이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문장의 흡인력이 오랜만에 소설의 재미와 미학을 맛보게 해줍니다. 유학생 눈에 비친 한 기인은 차츰 한국인 입양아 미술학도 히피 테드 죤슨 김문호로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국 땅의 혹은 세계 속의 배달민족의 모습 고아수출국 백성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대마초와 갈대 숲의 정사조차 정결하게 묘사하는 따뜻하고 투명한 시각의 이 작가에게 앞날을 기대하며 3인칭 소설을 써보도록 권합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소설가 노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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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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