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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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대상 수상작 - 중학생 부문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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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솜(경기 남양주 평내중학교 1학년) 양
 

 
▲ 불량가족 레시피.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족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한순간에 픽 쓰러져버릴 것 같다. 아들, 딸, 세 명의 엄마가 모두 다르다니…. 나는 이 아빠가 왜 계속해서 여자들을 만났는지 이해가 안 간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두 번 겪고 말 일을 여울이 아버지는 세 번이나 했다.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여자를 만나서 아이를 낳고 헤어졌다.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잘해줬지만 막상 아내가 되면 무관심하고 자식을 낳았어도 돌봐주지도 않았다. 그러니 아내들이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바르게 잘 자랐을리가 있을까. 게다가 집안의 가장 어른인 할머니는 성격이 너무도 다른 세 명의 손주들을 키우고 괴팍한 아들 뒷바라지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다. 오죽하면 양로원에서 푹 쉬다 가는 것이 소원이다. 마치 집에 부모님이 멀쩡하게 있는데 아이가 고아원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는 것과 같다. 여울이네 식구를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팝콘 냄비처럼 아슬아슬하다. 참을 때까지 참다가 뚜껑만 열면 뒤도 안 돌아보고 제각기 튀어 나가버릴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심하다고 느낀 건 여울이다. 어떻게 가출을 꿈꾸고 있으면서 많은 돈이 필요한 코스튬 플레이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을까? 남의 취미생활을 가지고 뭐라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지만 만화나 동화책 같은 데 나오는 캐릭터 옷을 입고 가발도 쓰고 사진도 찍으려면 돈이 많이 들 것이다. 기껏해야 차려입고 모여서 사진이나 찍는 건데 뭘 그러냐고 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너무 낭비가 심하다. 그렇게 해서 과연 꿈꿔오던 가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여울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코스튬 플레이를 하면 돈 걱정은 되어도 베르사이유 장미나 피오나 공주처럼 꾸미면서 엄마에 대한 생각과 구질구질한 집안일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화나 영화 속 인물이 된 것 같아 좋았을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만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나를 보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밤낮없이 소설이나 읽고 별 볼일 없는 글을 쓰고 있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울이는 코스튬 플레이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첫사랑도 만난다. 비록 짝사랑에 그치긴 했지만 나름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여울이는 난생 처음 고백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것들이 참 많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 남자애는 왜 하고 많은 애들 중에 류은이를 좋아했을까? 류은이는 여울이를 위해 그 남자애랑 잘되라고 밀어주었지만 여울이는 류은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을 것이다.

 난 코스튬 플레이에서 천사 복장을 하고 나타난 아줌마가 어쩌면 여울이의 엄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음식도 나눠먹고 여울이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때로는 조언도 아낌없이 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줌마가 정말 엄마는 아니었지만 여울이는 아줌마를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 원동력이라는 게 흔히 생각하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여울이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자기 삶에 반영했다.

 나는 사람을 진정으로 살게 하는 원동력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아줌마가 말한 사랑은 원동력이라기 보단 희망을 이루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랄까. 아무튼 희망은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은 어떠한 시련이나 고통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 같다. 어떤 목표는 가까이 또 어떤 목표는 좀 더 멀리 있지만,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동안은 기쁘고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희망을 어둠 속의 빛이라고 표현하는가보다.

 여울이네 가족은 정말 불량스럽다. 어느 순간 뚜껑 열린 팝콘처럼 제각기 집을 나간다. 언니, 삼촌, 오빠 모두 가출하고 심지어 할머니까지 양로원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러면 이 집에는 누가 남는 것일까? 빈 집만 놔두고 모두 가출이라니 가출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여울이는 이야기의 맨 끝에서 찾게 된다.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화한다.`

 언니, 오빠, 삼촌은 집을 나간 후 취직을 해서 돈도 벌고 새로운 꿈도 키운다. 언니는 고3 수험생이고 삼촌은 뇌경색 환자이며 오빠도 난치병을 앓고 있지만 가출을 통해 홀로 서는 법을 배우고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다. 위기에 처했기에 가정이 비로소 변화할 시기를 찾은 것이고 각 사람은 생존을 위해 진화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가족은 어려울 때 똘똘 뭉쳐 시련을 헤쳐 나가는데 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짐으로서 위기를 극복한다. 그래서 불량가족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여울이네 가족이 한 집에 모여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자식을 버리고 나간 세 엄마 중 한 사람이라도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여울이가 천사 아줌마의 보리차를 마시며 엄마의 정을 느꼈듯이, 아무래도 가정에는 엄마가 있어야 따뜻하고 포근하지 않을까.

▨ 당선 소감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쁩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불량가족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또 주인공과 그 가족 이야기를 공감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서로 함께 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꿈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앞으로 책을 더 많이, 열심히 읽어 훌륭한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제 감상문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가톨릭평화신문  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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