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가 사제양성에서 순명·정결·청빈의 복음삼덕(복음적 권고)을 중요시
하며 이에 대해 깊이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할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하면 신학생들에게 복음적 권고를 가장 효과적으로 교육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과 견해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역사와 전통에서 순명·정결·청빈은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고
유한 복음적 권고로 간주된다. 내가 신학생이었을 때엔 교구 사제에게 순명과
독신생활은 교회법으로 요구되는 것이었으나 청빈에 대해서는 그런 의무가 없
는 것처럼 보였고 이런 관념이 오늘날까지도 교구 사제들에게 남아 있다고 생
각한다. 나는 복음적 권고에 대한 이같은 태도가 변화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사제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받는 부르심 속에는 전적인 순명과 검소한 생
활 그리고 헌신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사제는 단순히 교회법이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아 모든 형제를 더욱 자유로이 사랑하고 섬기기 위해 복
음적 권고를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은 교회생활과 사
제들의 삶에서 이같은 완전한 사랑의 증거를 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신학생 교육과 사제쇄신 과정에 이를 도입해야 한다. 또 사제는
단순히 전문기능을 갖춘 직업인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리스도와 긴밀한 일치를
이루는 사람이며 신자들과 동료 사제들과 자기 주교를 존경하고 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친교의 사람으로 부름받았음이 강조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실시하는 한 여론조사 결과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직업의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최근 여러해 동안 가톨릭 신부가 1위를 차
지하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제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이해 타산에 사로
잡히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 아
닌가 추측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정결과
청빈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이 오더라도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이런
가치들이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리〓박주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