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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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김수환 추기경 주교수품 40주년 기념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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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의 주교수품 4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대담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본지 사장 이창영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님 사랑과 신자들의 기도 충만했던 세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관심·나눔 당부
복음서 읽고 “주님만이 생명” 잊지 말아야

대담-이창영 신부

[전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편안히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추기경. 천진하리만치 온화한 웃음은 누구나 ‘친구’로 감싸안는 폭넓은 마음을 엿보게 한다.

가톨릭신자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큰 어른으로 스승으로, 또 한결같이 가까운 이웃으로 머물러온 김수환 추기경. 5월 31일은 김추기경이 주교로서 부르심에 응답한 지 꼭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추기경이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라는 사목표어를 품고 걸어온 지난 40년은 고스란히 한국교회와 사회의 역사로 남아있다.

수품 기념 축하행사는 물론 모든 언론의 인터뷰도 고사한 김추기경은 본지 사장 이창영 신부와의 특별 대담을 통해 지난 시간의 생생한 기억과 소회를 전했다.

이번 대담에서 김추기경은 “시간이 갈수록 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떠올린다”며 “지난 세월은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어 어려움 속에서도 당신의 현존을 알려주신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과연 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했는가, 하느님의 도구로서 할 바를 다했는가 되짚어봅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벌하실 일도 있겠지만, 한결같이 사랑으로 품어주시기에 이렇게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창영 신부 : 주교수품 40주년을 보내고 계십니다. 수품 후 곧바로 마산교구장직을 맡으셨지요. 당시 부르심을 받았을 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요.

김수환 추기경 :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재임 중일 때 주교로 임명받았습니다. 가톨릭신문사에서 일했던 시간은 평생 사제생활 중 가장 투철한 사명감과 기쁨으로 투신한 시기였습니다. 재직 시절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을 다해 일했었습니다. 정말 하루 24시간 중 밥먹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비타민 같은 것으로 대신할 수 없을까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한창 바쁘게 일하던 때 갑작스런 교황대사의 전화를 받고 서울로 올라갔지요. 그때 기차에서 바친 성무일도 내용이 마침 창세기 중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대목이었는데, 하느님이 제게 주신 암시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사의 절정 성체성사로 완결

이신부 : 첫 마산교구장 때 정하셨던 사목표어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입니다. 특별히 이 성구를 사목표어를 정하게 되신 뜻을 말씀해주신다면.

김추기경 : 우리가 하는 모든 봉사의 절정은 바로 성체성사로 완결됩니다. 그 안에서도 또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해’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시는 것입니다. 모든 행동의 중심에 성체성사가 있기에 정한 것이지요.

이신부 : 첫 주교로서 활동하시던 때 사목방문 등은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마산교구장으로서 2년 남짓 재직 후, 또 한국교회 최연소 서울교구장으로, 추기경으로 임명받으셨는데요.

김추기경 : 당시 마산교구 신자수가 3만명 정도였습니다. 거리도 멀고 교통도 불편했지만 거창이며 산청 등 시골본당들을 골고루 방문해 신자들을 만났었지요. 한곳한곳 모두 생생히 기억납니다. 마산에서는 그렇게 순정을 갖고 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생각지도 못했던 서울대교구장직을 맡으라고 했습니다. 주교품을 받은 지 2년 만이었습니다.

이신부 : 책 혹은 강론 등을 통해 서울대교구장 재임 시절 불면증에 걸릴 만큼 고뇌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교황청에 교구장 사직서도 여러번 내려고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가장 어려웠던 기억을 떠올리신다면.

김추기경 : 매일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지내온 것이 아쉽습니다. 지난 40년을 돌아보면 기쁘거나 슬프거나 어려운 일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임을 잘 깨달았다면 더욱 뜻있게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집트 땅에서 벗어나 광야에서 40년을 지낸 이스라엘 백성들이 늘 하느님께 불평하던 모습과 같다고 할까요.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밤이면 불기둥을 밝혀주시고 만나와 물을 주시는 등 거듭거듭 은총을 주셨듯이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많은 은총을 베풀어주셨는데 오히려 제가 그 은총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는 반성을 해 봅니다.

이신부 : 어려움도 많고 또 고독한 주교로서의 삶이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보람되고 기쁨 넘치는 생생한 추억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추기경 : 교회 내적으로는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행사와 선교 200주년 및 103위 시성식, 서울 세계성체대회 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도 사진만 봐도 감격이 넘칩니다. 수십만명이 먼 지방에서 임시열차로 밤을 세워 서울로 올라오고, 또 기차역에서 여의도 광장까지 행렬하며 묵주기도를 봉헌하던 그 순박하고 열심한 신자들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기억할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안에서도 정말 많은 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신부 : 항상 저희들의 삶의 올바른 방향을 조언하시고, 사랑과 평화의 말씀을 전해주셨지요. 최근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지진 참사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방선거와 월드컵 등으로 이웃의 고통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듯 합니다.

김추기경 :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정말 간곡히 부탁합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같은 아시아인 형제, 같은 믿음을 가진 형제들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내가 목마르고 병들고 상처입고 죽어갈 때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라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너희는 이런 나를 버리느냐”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신부 :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에 대한 평가도 분분합니다. 좋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 서민들을 돕고 공동선을 행하길 기대하는 마음은 모두 같겠지요.

국민들의 뜻 겸허히 수용을

김추기경 : 이번 선거 결과와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모두들 잘 알고 있지요.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희망을 갖고 이 나라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도울지 진지하게 반성하길 바랍니다. 국민이 있은 후에야 정치가 있습니다. 말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우리의 말을 듣고 새기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열심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켜야합니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고나서야 통일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신부 : 최근 인도의 이반 디아스 추기경께서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 임명되셨는데, 아시아복음화를 향한 교황님의 배려가 아닌가 합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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