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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특집] 저서·강론에 담긴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상

50년간 남긴 3500여 편 글은 우리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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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교회의 큰 어른’이었을 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1922년 태어난 김 추기경은 일제 강점기와 8.15 해방, 한국전쟁, 유신시대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겪었다. 김수환 추기경 생전에 펴낸 여러 저서를 통해 그의 삶과 신앙을 살펴본다.

■ 추기경의 인간미

1983년 9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키 위해 로마에 도착한 김 추기경은 형인 김동한 신부가 세상을 떠났다는 급한 전갈을 받았다. 세 살 터울인 김 신부는 어려서 함께 사제의 길을 걷게 된 후 김 추기경이 늘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동생과 외모가 비슷해 ‘추기경님’이란 인사를 받곤 하던 형 신부가 먼저 하느님 곁으로 간 것이다. 회의 기간 내내 공허한 마음을 달래던 김 추기경은 로마에서 돌아오자마자 고인을 모신 대구 남산동 성직자 묘역으로 내려갔다. 형의 묘소와 빈 방을 둘러본 후 자신의 마음에도 그처럼 텅 빈자리가 깊이 파여 있음을 절감했다.

김 추기경은 자신의 육성 회고록「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평화신문/2004년)에서 “형님 김동한(가롤로) 신부님. 이 세상에서 내 마음에 가장 큰 빈자리를 남겨 두고 가신 분이다. 나와 어머니 사이의 천륜지정(天倫之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뭐라 그럴까, 한 인간으로서 피부로 느끼는 정은 형님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추기경의 인간애와 진솔한 면면은 그의 명상록「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신치구/사람과 사람사/1999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 책에서 너무 빨리 출세한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과 외로움을 솔직히 고백했다.

“가는 곳마다 꽃다발과 환영을 받습니다. 그러나 인간관계 면에서는 불모지대에 서 있는 것과 같아서 ‘머리 둘 곳이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게 됩니다. … 세상은 나를 높이 평가할 지 모르지만, 나는 참으로 질그릇같이 깨어지기 쉬운 인간입니다. 거듭나기 위해서 ‘묵은 인간 김수환’은 죽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그와 닮은 사제로 살지 못했던 지나온 삶, 그리고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인간 김수환’을 질책하는 자기반성의 고뇌가 절절히 배어나는 대목이다.

■ 예언자로서의 삶

김수환 추기경은 1999년 자신의 희수(喜壽)를 맞아 펴낸「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신치구/사람과 사람사/1999년)에서 5?16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회고하며 “당시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우리 역사의 암울했던 1970~80년대 김 추기경은 억압받던 민중들의 등불이자 희망이었다. 그만큼 그가 느끼는 갈등과 고민도 클 수밖에 없었다. 김 추기경은 특히 사회 일각으로부터 ‘무엇을 위하여, 무엇 때문에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느냐’는 비난을 들을 때마다 번민을 느껴야 했다.

교회 안팎으로 증폭되는 불화로 인해 몇 번이고 교황청에 사표를 보내기도 했고,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고향인 대구 사람들로부터도 소외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추기경은 그때마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루카 4, 25)는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곤 했다고 밝혔다.

표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는 김 추기경의 사목표어다. 책은 신앙인으로서의 실천적 생활, 인간과 하느님의 문제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제시한다. 부록으로는 김 추기경이 직접 작성한 기도문과 어록이 수록돼 있다.

■ 추기경의 사상·철학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 남긴 수많은 말씀들은 ‘김수환추기경전집편찬위원회’가 지난 2001년 추기경의 사제 수품 50주년을 맞아 출간한「김수환 추기경 전집」(김수환추기경전집편찬위원회/가톨릭출판사/2001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집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본지(당시 가톨릭시보) 사장을 역임하던 1964년부터 2000년까지 남겼던 연두 사목 교서를 비롯해 각종 메시지와 성명서, 미사 강론, 각처에서 요청한 원고와 대담, 교육 피정 강론, 시·수필, 묵상, 서간, 피정 일기 등 기록으로 남아있는 모든 분야가 총 망라돼 있다.

김 추기경의 사목적 열정과 철학이 담겨 있는 이 전집은 출간 당시부터 오늘날까지도 한국 교회는 물론 학계에서도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그러나 무엇보다 1년에 100회 이상의 강론과 강연, 50년 동안 3500편의 글을 직접 육필로 작성한 김 추기경의 글에서는 목자를 필요로 할 때마다 지표를 제시해 온 진정한 사목자로서의 모습이 생생이 드러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사회 각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따뜻함 속에 베어있는 칼날 같은 목소리는 역사적 사료를 떠나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 추기경의 신앙·사랑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서울대교구/가톨릭출판사/1998년)에는 제목 그대로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김 추기경은 한국의 모든 지성인과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정치인, 이 땅에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신앙과 사랑이 실현되기를 기도해왔다. 모두 일곱 부분으로 이뤄진 이 책에는 추기경의 인품이 묻어나는 다양한 강의록과 강론 말씀들이 담겨있다.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신치구/사람과 사람사/1994년)는 김 추기경이 자신의 삶과 꿈, 신앙 철학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회고록이다.

책은 전체 5부로 나눠, 1부 ‘사랑과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서’에서는 인간 존재의 소중함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2부 ‘삶의 길목에서’에서는 생명의 존엄성과 여성, 신세대 문제 등에 대한 추기경의 소신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3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 대한 애정과 함께 공동체적 삶의 지혜를 권한다. 4부 ‘말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것’에는 정치, 경제, 언론, 문화, 노동 등 지도층 인사와 국민들에게 보내는 양심의 소리를 담았으며, 끝으로 5부 ‘오늘의 교회가 서 있는 자리’는 교회 및 사제의 역할과 위상, 신앙인들의 실천적 자세를 당부하는 충언들이다.

■ 김수환 추기경의 저서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지식산업사/구중서 편/1981년)
▲「이 땅에 평화를」 (햇빛출판사/서울대교구 홍보국 편/1988년)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사람과 사람사/신치구 편/1994년)
▲「사회 정의 평화를 위한 기도」外 수상록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가톨릭출판사/서울대교구/1998년)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사람과 사람사/신치구 편/1999년)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사람과 사람사/신치구 편/1999년)
▲「김수환 추기경 전집」(가톨릭출판사/김수환추기경전집편찬위원회/2001년)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평화신문 편/2004년)

곽승한 기자 paulo@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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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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