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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 대주교 삶과 신앙, 업적

모든 이를 사랑으로 품었던 따뜻한 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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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와 함께`(1코린 1,5) 사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최영수 대주교가 8월 31일 하느님 품에 안겼다. 암 투병의 고통을 예수님의 십자가로 껴안은 채 좋으신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교구 설정 100주년 문턱에서 큰 목자를 잃은 교구민들은 최 대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사목자로서 40년의 삶에 녹아있는 그의 신앙과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 최영수 대주교가 2007년 11월 한국 주교단과 함께 한 사도좌 정기방문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고 있다.
 

#따뜻한 너구리 신부

 1982년 대구 산격성당 건립 당시 최영수 대주교 별명은 `너구리 신부`였다. 당시 주임신부였던 최 대주교는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아 작은 방을 얻어 연탄을 갈며 겨울을 보냈다. 최 대주교는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워 `너구리 라면`을 자주 끊여 먹었는데 너구리 신부는 이때 신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당시 본당 신자들은 밥솥을 들고 사제관 문을 두드렸지만 최 대주교는 "다음부턴 이러지 말라"며 손사래 쳤다.
 고인은 `흰머리 소년`으로도 통했다. 1995년 경주 성동본당 주임 신부 시절, 고인은 미사 후 성당 입구에 서서 어르신들에게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또 청년들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어린이들도 그의 품에 자주 안길만큼 따뜻하고 열린 목자였다. 선후배 사제들에게는 예의 바르고 편안한 사제로 사랑을 받았다. 본당 신자들에게는 먼저 일치와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검소한 성품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대구 평화방송 사장으로 봉직할 당시 개인 비서 없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가 하면 영명축일에 들어오는 물적예물은 열지도 않은 채 교회를 위해 다시 내놓곤 했다.
 그의 검소한 성품은 넉넉지 않았던 가정형편에서 비롯된다. 일제시대 만주로 이주한 최석암(비오)ㆍ김정식(막시마)씨 사이에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난 최 대주교는 해방 후 고향 경북 하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중학생 시절, 방과 후 과수원으로 달려가 일손을 도왔고 주말에는 복사반과 성가대 활동을 하며 성소 씨앗을 키워나갔다.
 형편은 넉넉지 않았지만 고인은 늘 친구들과 나눌 줄 아는 학생이었다. 온화하고 강직한 성격에 따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고인은 가난한 시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학도의 꿈을 품었다. 그러나 고3 때 자신의 삶을 내어놓는 본당 신부의 삶에 매력을 느껴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급우지 장래희망란에 `인생 역마차의 마부`라 적었다.


 
▲ 2006년 12월 23일 요셉의 집에서 행려인들에게 밥을 퍼주고 있는 최영수 대주교 모습.
 

# 사제생활의 밑거름 `포콜라레 영성`

 "머리로 복음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음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 포콜라레였고, 이 영성이 사제 생활 전체의 밑거름입니다."
 최 대주교의 복음적 삶의 뿌리는 포콜라레 영성에 있었다. 구체적으로 복음의 삶을 산 고인은 주교 품을 받은 후 포콜라레 사제 모임에서 경험담을 발표한 적이 있다. 기차를 타고 다니며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다음에 올 승객을 위해 화장실을 치우곤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최 대주교는 사제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
 신학교 시절 포콜라레를 접하게 된 고인은 사제품을 받고 난 7년 후 이탈리아 로마 포콜라레 사제학교로 떠나 포콜라레 영성을 체험했다.
 사제학교에서 고인과 함께 지낸 이종대(대전교구 강경본당 주임) 신부는 "주교님과 함께 주방일을 했는데 70~80명의 사제들 입맛을 고루 맞추기 위해, 간을 보는데도 서로 의견을 물어가며 요리를 했던 일이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이어 "(부교구장 시절) 교구장님을 잘 보필하면서도 동시에 사제들과도 잘 지내셨다"며 "주교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병상에 누운 고인은 포콜라레 주교 모임을 이끈 책임자 추기경에게 편지를 보내 이같은 심정을 전했다.
 "뜻하지 않은 하느님의 뜻이 찾아왔고 저는 전적으로 `예`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크고 작은 고통들을 포콜라레 주교들과 교구민들을 위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 대구대교구 쇄신과 도약 향해


 
▲ 2007년



가톨릭평화신문  20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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