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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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 대주교 장례미사 이모저모

온유와 겸손의 목자여, 하느님 품에 고이 안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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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대교구민들은 슬픔과 기쁨의 눈물로 최영수 대주교를 주님 품으로 보내드렸다. 교구민들은 한 생을 사제로 살면서 교구장직에 오르기까지 `그리스도와 함께`(1코린 1,5) 사는 것이 삶의 기쁨이었던 고인의 거룩한 삶을 돌아보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목자 잃은 슬픔 가득… 깃털처럼 편히 가시길 기도
고인 묘소는 서정덕 주교 묘소 오른쪽 자리에 마련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 7일 묘지서 추모미사 봉헌

  

 
▲ 4일 남산동 성 김대건기념관에서 조환길 주교 주례로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4일 장례미사가 봉헌된 남산동 성 김대건기념관은 엄숙했다. 목자를 잃은 슬픔이 감돌았지만 동시에 병고도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인 최 대주교가 그토록 사랑한 하느님 품에 안긴 데 대한 기쁨이 교차했다.
 일상에서 일손을 내려놓고 기념관으로 모인 6000여 명의 신자들은 최 대주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기념관에 들어가지 못한 많은 신자들은 운동장과 잔디밭에서 스크린을 보며 고인의 안식을 빌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장례미사 강론에서 "삶의 일거수일투족이 소박하고 격의 없는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저도 대주교님이라는 호칭을 생략하고 형님이라고 부르겠다"며 강론을 이어갔다.
 강 주교는 "요한 형님이 주교가 되신 지 얼마되지 않아 주교단에 꼼무니오 영성모임이라는 사조직이 발족됐을 때 누군가 뒷바라지하는 간사 역할이 필요한데 `포콜라레 영성의 달인`인 최영수 대주교가 맡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요한 형님은 두말 않고 `예`하고 답하셨다"며 "주교단에서도 특유의 온유함과 겸손을 바탕으로 섬기는 자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고별식이 시작되고 최 대주교의 육성이 스크린을 타고 나오자 신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김범일 대구광역시장의 애도 메시지와 조사가 이어지며 분위기는 더 숙연해졌다.
 김재우(필립보) 1대리구 총회장은 "언젠가 하늘에서 만나리라는 믿음으로 잠시 당신을 보내드린다"며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부디 깃털처럼 편히 가시라"고 애도했다.
 사제단 대표로 고별사를 읽은 이용길(1대리구 주교대리) 신부는 "깨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은 육신의 건강이 대주교님의 포부와 열망을 삼켜버렸다"며 "아마도 하느님께서는 다른 방법으로 다른 길을 마련하셨다 보다"고 눈물로 추모했다.
 미사 후 고인을 실은 영구차는 기념관 옆 성직자 묘지로 향했고 신자들은 성가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를 불렀다.
 영정사진을 들고 운구행렬 선두에 선 김동진(칠곡본당 보좌) 새 사제는 "대주교님을 통해 지상교회와 천상교회가 함께 하는 것을 느꼈다"면서 "대주교님이 이루시지 못한 과업들을 새 사제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인의 묘소는 고 서정덕 주교 묘소 오른쪽 자리에 마련됐다. 주교단과 사제단이 도열한 가운데 하관 예식이 진행되자 유가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도 하관예식에 참여해 먼저 떠난 최 대주교의 안식을 기원하며 삽으로 흙을 떠 관 위에 흩뿌렸다.


 
▲ 전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왼쪽)와 강우일 주교가 하관예식 후 최영수 대주교 관 위에 흙을 뿌리고 있다.
 
  ○…장례미사 직전, 계산주교좌성당을 빠져나가는 운구차량을 보며 이영숙(체칠리아, 계산본당)씨는 "하느님이 부르시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라며 "우리가 대주교님 건강 회복되기를 그토록 기도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 대주교의 투병생활을 지켜본 이들은 "통증이 많이 힘드시냐"고 물으면 항상 "아니다, 참을 만하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또 병문안 때 자신을 위한 선물보다 간병인과 식복사를 위해 준비한 선물에 더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포콜라리노 김석인 신부는 "평소 스파게티를 해주시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며 "입관예절을 지켜보며 주교님이 갖고 계시던 사랑을 저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신학교 동기인 염수정(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3일 밤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입관예절 직전 봉헌된 추모미사 강론에서 "대주교님은 1970년 11월 6일 이 성당, 이 자리에서 사제품을 받았다"며 "첫 미사를 봉헌했을 때 동창 신부로 이 곳에서 함께 했는데 마지막 미사를 함께 하는 마음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그동안 눈물을 아꼈던 둘째 동생(최상근)은 입관예절이 시작되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관 뚜껑을 닫기 전, 유가족들은 작은 관에 몸을 눕힌 형의 손과 가슴, 얼굴을 어루만지며 소리없이 흐느꼈다.
 

 
▲ 3일 밤 대구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조환길 주교 주례로 입관예식이 거행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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