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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 추모 국제 학술 심포지엄]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 - 공의회정신으로의 적극적 투신

추기경 영성, 제2차 공의회에 기초. 영성의 근본인 신앙·삶 일치 지향. 추기경에게 침묵의 기도는 생명. 성체성사 통한 ‘몰아적 사랑’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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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관 교수
 

 
- 발제 : 박병관 교수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에 깊게 관계된 그의 생애의 요소들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다.

▲순교자의 가정과 그 신앙(신앙 중심과 복음과 가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세상을 위한 교회관)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한 사회참여(인간에 대한 근본관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성소체험(신비에의 감각과 자기포기) 등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성을 기초로 하며, 그 공의회로 말미암아 현대 교회 안에 일어나게 된 정치신학과 해방신학 등 주요한 신학-영성들을 자신의 것으로 하여 형성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아야 할 것은 이 때 영성의 근본 방향이 신앙과 삶의 일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들 영성은 그리스도교인의 삶이란 해방의 사회적 실천을 통하여 복음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라 보고, 그 따름의 구조가 두 본질적 구성요소를 내포한다고 이해한다.

여기서 두 본질적 구성요소는 ‘신비적 영역’과 ‘사회적 정치적 예언자적’영역이다. 신비적 영역은 하느님과 기도에 관련된 전통적이고 좁은 의미의 영성의 영역이고, 사회적 정치적 예언자역 영역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한 사회 변혁적 투신의 영역이다.

물론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은 현대 세계의 시대의 징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창의적 응답으로서 교회 안에 등장한 신학-영성들의 흐름 안에 있고, 또 그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당연히 추기경의 개별적 영성으로서의 면모를 지닌다. 그 면모의 일부로서 우선 인간에 대한 공경, 인간의 삶의 신비와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깊은 감각, 그리고 예수를 따르는데 있어서의 부족함을 알기에 끊임없이 구하는 회심의 눈물을 들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에 있어서 영성의 핵은 신앙이었는데, 하느님 체험을 갈구하면서도 특별한 체험 없이 신앙 안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는 것이 체험에 관한 한 그의 몫이었다.

그러한 신앙 체험의 평범성 안에서도 하느님 신비에 대한 깊은 감각을 지니며 그 신비에 자신을 거듭 포기하는 그의 영성의 면모는 신학자 칼 라너가 말하는 ‘일상의 신비주의’의 한 예시라고 하겠다.

추기경에 있어서 기도 특히 침묵의 기도는 생명이었는데, 그 안에서 자신의 자아의 소모가 일어나고 자아 포기가 수행되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무엇보다 침묵하는 하느님, 자신 안에서 조용히 활동하시는 하느님이었다.

그 하느님의 신비는 만져질 수 없는 것이더라도 자신의 삶을 이끄는 살아있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가장 깊은 의미에서의 가난을 그는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 자아포기, 겸손 그리고 십자가 상에서의 죽음과 동일한 실재로 이해한다.

이것은 중세 그리스도교의 신비 전통의 주제들에 닿아 있기도 한 것이다.

그는 다음의 성경 말씀을 강조했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7-8).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김 추기경은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몰아(沒我)적 사랑’과 ‘무아(無我)’라는 아시아적 개념의 본질을 발견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이러한 영성은 자신이 선택한 두 상징으로 잘 표현된다고 본다. 하나는 자신의 모토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다.

이는 그에게 추기경에 있어 몰아적 사랑의 진수인 성체의 영성을 표현한 자신의 종교적 이상이다.

다른 하나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였던 자신의 호인 ‘옹기’다.

이는 그의 내밀한 영성의 중심 면모를 통합적으로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은 체험에 경도된 현대의 개인적 혹은 사적 영성 추구의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그의 영성의 가장 큰 유산은 무엇보다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성에 따라 그리스도교인의 삶과 교회를 쇄신할 과업을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주는 것일 것이다.




 
▲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성에 따라 그리스도교인의 삶과 교회를 쇄신할 과업을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주고 있다.
 
 
정리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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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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