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성의 길 수도의 길] <59> 예수의 꽃동네형제회, 자매회

이웃을 주님처럼 섬기며 사랑의 영성 꽃피워...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이들에게 사랑 베풀어
음성 사랑의 집 시작으로 국내외 12곳서 꽃동네 운영
사랑의 연수원 등 통해 행복, 교육사도직에도 심혈


   사랑의 집에 들어섰다. 음성 꽃동네 부랑인 요양원 가운데 하나다. 사랑의 집은 단순히 요양원만은 아니다. 꽃동네의 정체성을 이루는 시설이어서다.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이 사는 사랑의 집을 시작으로 지적 장애인과 와상환자들의 보금자리 요한의 집, 여성 부랑인시설 애덕의 집, 부랑인 일시 보호시설 아나빔의 집, 재활이 가능한 부랑인들이 사는 신ㆍ구 평화의 집과 소망의 집 등이 차례차례 세워졌다. 아직도 음성 꽃동네 가족 2150여 명 가운데 800여 명(37)이 부랑인 요양원에 둥지를 틀고 있다.


 
▲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자매회 상징문양.
흰색 바탕은 성부를, 가운데 큰 별은 성자를, 빛은 성령을, 작은 별 4개는 꽃동네회원과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예수의 꽃동네 재속회원이라는 인적 구조와 함께 복지ㆍ행복ㆍ교육ㆍ사랑 사도직을 각각 의미한다.
 
 7개 부랑인 요양원을 모두 관장하는 박동열(필립보) 수사는 마침 사랑의 집 복도에서 장맛비처럼 거센 빗방울을 피해 나른한 오후의 권태를 즐긴다. 활짝 웃으며 꽃동네 가족들과 팔씨름을 하기도 하고, 부랑인 출신 형제가 듣던 mp3 이어폰 한 쪽을 빼 자신의 귀에 가져다 대고 70ㆍ80년대 가요를 함께 들으며 공감한다.

 "부랑인하면 게으르고 나태하고 술만 좋아한다는 세상의 편견을 깨는 게 가장 힘들어요. 이분들을 한 분 한 분씩 치료해야 하는데 생활지도원은 고작 50명당 1명씩 지원될 뿐이지요. 나머지는 수도회에서 충당하지요. 국고지원은 늘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수도회는 부랑인 요양원을 결코 포기할 수 없어요. 이분들이 바로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가운데 중환자는 인곡자애병원으로 이송한다.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 원장이자 인곡자애병원 의무원장인 신상현(야고보) 수사와 함께 신장투석실에 들어서자 거동을 하지 못하는 하반신 마비 환자 오희열(아녜스, 56)씨는 묵주를 들고 열심히 기도를 바친다. 꽃동네 가족들과 의료진, 수도자들을 지향으로 바치는 기도란다. 곁에는 사지가 마비된 오리노(14)군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8년째 투병 중이다. 병실 입구엔 신 수사만 보면 서울역으로 데려다달라고 조르는 이병렬(아우구스티노, 65)씨가 휠체어를 탄 채 길을 막고 있다.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부랑인들을 섬기는 건 수도자들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꽃동네는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을 꿈꾼다.


 
▲ 인곡자애병원 의무원장 신상현(왼쪽) 수사가 안정현 수녀와 함께 전립선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배복수 루스티코씨를 보살피고 있다.
 

 
▲ 부랑인 요양원장 박동열(오른쪽) 수사가 꽃동네 가족들이 팔씨름을 하자 즉석에서 심판을 보고 있다.
 

 발길을 노인전문요양원으로 돌렸다. 이언주(요한) 수녀는 어르신 요양환자들 가운데서도 중증환자들이 몰려 있는 3ㆍ4층 담당이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는 와상 환자들, 식사를 하지 못해 튜브로 코를 통해 유동식을 넣어줘야 하는 환자들을 주로 보살핀다. 힘겨울 법도 한데 웬걸, 이 수녀는 아주 즐겁다고 전한다. 차를 타고 꽃동네를 한 번 돌아보거나 깨끗한 환자복 한 벌 갈아 입혀주는 작은 일에도 행복해하는 요양환자들과 함께 살다보면 행복 바이러스가 자신에게도 번져오는 느낌이란다.

 28년째 꽃동네에 사는 뇌성마비 장애인 김인자(체칠리아, 72) 할머니는 노인전문요양원 4층 병동의 스타. 이 수녀와 함께 병실에 들어서니 김 할머니는 노트북을 평상에 올려놓은 채 발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게임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머쓱한 표정을 짓던 김 할머니는 배시시 웃으며 반가워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

1코린 1장 10절
형제 여러분,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