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성의 길 수도의 길] (3)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코 수녀회

더 가난하고 더 소외된 이들 곁에 머물러라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셀린 수녀가 도미니코 애덕 어린이집 원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중앙로 춘의사거리에서 신흥초등학교 방향으로 100m 정도 들어가자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 입구에 `도미니코 애덕 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1층에는 어린이집이, 2층엔 어린이 공동생활가정(그룹홈) `푸스팬의 집`이 자리잡은 2층 단독주택이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코 수녀회(원장 위니다 수녀) 한국본원이다.
 함께 살던 엄마가 재혼을 하면서 버려진 초등학교 2학년 민희(7, 가명), 아빠가 큰 병에 걸려 돌볼 수 없게 된 현주(7, 가명),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외할머니 손에 자라다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자 엄마 손에 이끌러온 1학년 지영(6, 가명)이…. 2008년 9월 문을 연 푸스팬의 집에는 가난과 부모 이혼, 학대로 어린 나이에 숱한 상처를 입은 여자 어린이 6명이 인도인 수녀들의 헌신적 보살핌으로 웃음을 되찾고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고 있다. 제각기 아픈 사연을 안고 왔지만, 이곳 식구가 된 뒤 웃음을 되찾고 아주 밝아졌다.
 "우리 수도회 영성에 맞고, 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봤는데 그게 바로 결손 가정 어린이를 위한 그룹홈입니다." 수녀들 중 한국 생활이 가장 오래 된 셀린 수녀가 이렇게 설명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잃고 오갈 곳이 마땅치 않아 돌봄이 필요한 입장과 보살피는 입장에 있지만, 수녀와 아이들은 한 가족이다. 인도가 얼마나 멀리 있는 곳인지도 모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아이들에게 수녀들은 곧 친구요, 엄마다. 이역만리에 부모와 형제를 두고 온 수녀들에게도 아이들은 천사다.
 "불우 청소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살레시오회`나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등 각 수도회마다 고유한 사도직을 갖고 있는데, `어느 곳에 가든지 그곳에서 꼭 필요한 사도직을 찾아 행하라`는 것이 우리 수도회의 기본 모토입니다."
 아래층 어린이집 교실에서 연신 `꺄르르`하는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인도인 수녀 선생님이 "What is your dream? What do you want to be?"(친구는 꿈이 뭐예요? 무엇이 되고 싶어요?)라고 영어로 질문하자 어린이들이 저마다 큰 목소리로 영어로 대답했다. 넓은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린이들은 서로 먼저 발표하겠다며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1995년에 한국에 온 셀린 수녀는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울 기회가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억양이나 발음이 약간은 다르다지만 중요한 것은 영어로 듣고 답하는 능력이지 억양과 발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셀린 수녀의 친화력 넘치는 성격에 아이들은 연신 까르르 웃는다.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어린이집은 수녀들의 헌신적 사랑과 일선 교사들의 확고한 교육철학에 힘입어 `부천맘`(부천지역 엄마)들이 `강추`하는 명문 어린이집으로 통한다. 항시 수십 명 예비 원아들이 대기 중이고, 만 1살부터 원아를 받기에 `태아 때부터 지원하지 않으면 입학 기회가 없다`는 후문이다. 대신 저소득층 맞벌이ㆍ조손가정이나 한부모 또는 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우선권을 준다.
 어린이집은 또 교육청과 협조해 방과 후 또는 야간, 공휴일 등에 부모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돌보기 어려운 어린이를 맡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어린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코 수녀회 수녀들
 

 성모자헌 애덕의 도미니코 수녀회는 인천교구 초청으로 1995년 6월 한국에 진출했다. 지금은 본국으로 돌아간 콜롬비아 출신 그라시엘라 수녀 등이 부천에 집을 얻어 살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사도직활동을 모색했다. 우선 한국에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자 어린이집을 열면서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궁극적 우리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말씀이나 설교가 아닌 삶을 통한 복음화 사명에 불림을 받았습니다. 학교나 병원, 도시와 농어촌을 가리지 않고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들과 방황하는 청소년, 에이즈 환자들과 마약 중독자, 가난한 이들과 이주민 등 모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 모두가 하느님 자녀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바쳐 봉사하는 일이 우리 수도회가 가장 우선시하는 사명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수녀는 모두 5명이다. 셀린 수녀는 어린이집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인도에 돌아갔다 2006년에 다시 한국에 온 몰리 수녀는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푸스팬의 집 운영을 맡고 있다.
 원장 위니다 수녀는 간호사 출신으로 병원에서 환자 돌보기를 원했으나 한국 간호사 자격을 새로 취득해야 하기에 임상사목으로 방향을 바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서 임상사목교육(CPE, Clinical Pastoral Education)을 공부하고 있다. 또 최근에 파견된 두 수녀는 한국말을 배우면서 유아교육학과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수녀들은 또 인천교구 김포 고촌본당에서 주일마다 교리교육과 복사단 교육, 가정방문 등 본당 사도직에 참여하고 있다.
 "교회와 세상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우리는 죽기까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땅에 뿌려진 씨앗처럼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셀린 수녀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 수도회 영성과 역사



가톨릭평화신문  2010-02-1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4

마태 18장 22절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