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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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5)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친부모와 예수님 모시듯 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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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고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노인들 보살펴
정부 지원 없이 4개 분원서 무료 양로시설 운영
주변 상점ㆍ사무실 등 다니며 직접 후원금 모금



 
▲ 신혜경 수녀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고 있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를 봉양하는 경로효친(敬老孝親) 전통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 간다. 이런 현실에서 병들고 의지할 곳 없는 가난한 노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처럼 섬기며 경로의 영성을 살아가는 수도회가 있다.
 서울 지하철 화곡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10분 쯤 걸어 올라가면 화곡본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쟌쥬강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쟌 쥬강은 바로 이번 호에 소개하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옛 경로수녀회)를 설립한 프랑스 출신의 성녀 이름이다. 적게는 74살 젊은 할아버지부터 올해 99살 된 할머니까지 오갈 데 없는 어르신 24명이 수녀 6명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햇살같이 따스한 노년을 보내는 곳이다.
 수도회의 본래 명칭은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Little Sisters of the Poor)이나 한국에 처음 진출할 때부터 수녀회의 유일한 사도직인 가난한 어르신들을 섬기는 사명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한동안 경로(敬老) 수녀회라 불렀다.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할머니 한 분이 마당을 거닐며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신문사에서 취재하러 왔다고 인사를 하니, "앞으로 천국에서 누릴 삶을 미리 경험하고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수녀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인지 침실에 치매, 중풍, 노환으로 누워 있는 어르신들도 평온해 보인다. 몇몇 어르신들에게 물어보아도 한결같이 "자식과 함께 사는 이들도 우리 보다 더 행복하게 살지는 못하다"고 말한다.
 

 
▲ 전은태 수녀(왼쪽)와 아델 수녀가 할머니들과 담소하고 있다.
 

 수녀들은 가난한 어르신들을 한 가족으로 맞아들여 여생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돌본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매일 수발하며 하느님 품 안에 안기는 마지막 임종까지 그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어떤 효녀가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섬길 수 있을까 싶다.
 전은태(마리 요안나) 수녀는 말한다. "모두 저의 친부모님이나 다름없고 바로 그분들이 예수님이시니까요."
 수녀회의 사명은 바로 `너희가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이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고 또 따르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정부 지원 없이 오로지 수녀들의 모금으로 무료 양로시설을 운영하는 수도회다. 매일 주변 상점이나 사무실 등을 돌아다니며 후원금을 모금하고, 시장에 나가 과일이나 야채 등 물품도 얻어 온다. 얼마 전 정월대보름에 어르신들에게 부럼으로 내놓은 밤과 호두도 수녀들이 발품을 팔아 얻어 온 것이다.
 수녀들은 이러한 모금을 `동냥`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한다. 쟌 쥬강이 바구니를 들고 나가 빵을 얻어다 노인들을 봉양한 그 정신을 그대로 받들고 있는 것이다. 왜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느냐는 말에 전 수녀가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러면 어르신들을 임종까지 모시기 힘들고 하느님 섭리에 무조건적으로 의탁하는 수도회 카리스마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모금을 나가면 아무 상점이나 사무실에 들어갑니다. 우리 수도회 활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수녀들도 모금을 다니느냐고 놀라는 분들 많아요. 때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지만 제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창피한 것은 없어요." - 신혜경(보나) 수녀
 요즘은 건물마다 경비실이 있고,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자동문이 설치돼 있어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모금에 가장 어려움이란다. 주일마다 본당을 돌며 모금을 하려고 해도 워낙 후원회 모집이나 홍보, 판매를 요청하는 곳이 많다보니 허락을 얻기 쉽지 않다.
 전 수녀는 "그냥 성당 정문 앞에서 바구니를 들고 서 있을 수 있게 만이라도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1년 한국에 진출한 수녀회는 극동아시아관구 소속으로, 쟌 쥬강의 집(서울 화곡본동)을 비롯해 평화의 모후원(수원 조원동), 성 요셉동산(전주), 예수 마음의 집(전남 담양) 등 4개 분원(양로시설)에서 220여 명의 어르신을 섬기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50명 안팎. 40년이라는 세월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다. 연로한 노인을 모시기 꺼려하는 시대풍조 때문일까.
 "자식들에게 버려지는 어르신이 더 이상 없어서 아예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는 세상이 오면 좋겠지요."
 노인들이 사회나 가정에서 소외당하는 우리 실정으로는 쟌 쥬강의 영성이 더 많이 퍼져야 한다. 그러려면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에 더 많은 성소지원자가 나와야 한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로 살아가고 싶다면 하느님 섭리에 대한 순종은 기본, 어르신을 친부모처럼 공경하는 마음은 필수다.
 아울러 어느날 모금하러 온 작은 자매(수녀)들의 방문을 받을 때 어려운 처지의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맞아들여 따뜻한 사랑과 정성을 나눠 드리면 어떨까?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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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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