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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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7)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 수녀회

아이들 마음에 생명과 사랑의 씨앗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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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릉 수련소 원장 엘레나 페르난데스 수녀가 어린이집 원아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헤매다 골목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녀원을 겨우 찾았다. 4층짜리 붉은 벽돌집은 예비수녀들의 수련소이자 원죄 없으신 마리아 교육 선교 수녀회(지부장 강선미 수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여자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로 이뤄져 있다. 먼저 수녀원 정문 앞에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지역아동센터)을 들여다봤다.
 "제주도 여행은 어땠니?" "한라산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유리의 성(유리 박물관)도 신기했어요."
 수련장 이경화(베로니카) 수녀가 제주도 출신 공부방 봉사자 초청으로 단체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에게 소감을 묻는다. 짧은 대화를 마친 초등학교 4학년 원빈이가 공부방 선생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다. 먼저 온 서너 명은 새로 개설한 지역아동센터 누리방(ww w.seastar.or.kr)에 접속해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있다.
 마땅한 놀이터가 없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대학생 누나에게 과외공부까지 할 수 있으니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얼마 전 중학교에 입학한 지영이도 공부방 수녀님과 선생님이 그리웠는지 학교를 마치고 놀러왔다.
 "매일 오후 2시께부터 아이들이 오기 시작해요. 달동네는 아니지만 낮 시간 동안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따로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안 되는 맞벌이 부부 자녀,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공부도 하지요."
 공부방 담당 수녀와 수련소 예비수녀들은 아이들이 친구와 잘 어울리고 스스로 심성을 정화할 수 있도록 공동체 예절도 가르치고 놀이치료도 한다. 한 때 43명까지 몰릴 정도로 공부방이 무척 북적거렸으나 구청에서 인원을 제한해 지금은 19명까지만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 열매를 맺는 `사랑의 나무`와 같은 존재랍니다. 우리 회원들은 항상 아이들 안에서 예수님 모습을 발견하고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요."
 

 
▲ `바다의 별` 어린이집 채희영 수녀가 원아들과 함께 찰흙놀이를 하고 있다.
 

 이 수녀를 따라 어린이집에 들어서니 교실에서 한 수녀가 종일반 아이들과 찰흙놀이를 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 엘레나 페르난데스 수녀 등이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수녀들 품으로 돌진하는데 아이들에게서 밝고 건강함이 묻어난다.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안아 올리는 수녀들 표정에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을 받아본 아이들이 사랑을 베풀 줄도 알지요. 아이들이 사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남을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활짝 피어날 수 있게 보살피는 것이 저희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전통적으로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운영하는 교육 수도회지만 한국에서는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 운영이라는 독특한 사도직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인간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하느님 사랑을 깨닫고 복음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기숙사 운영이었다.
 "저희 수도회가 한국에서는 아직 학교를 설립해 운영할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지는 못해요. 그런데 기숙사를 운영해 보니 젊은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개인적으로 더 많이 배려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사도직인 것 같아요."
 수녀회가 운영하는 기숙사이지만 `천주교 신자만 입소할 수 있다`, `규율이 엄격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은 잘못이다.
 "밤 11시 30분 귀가시간 등 몇 가지 기본 규칙만 지키면 모든 생활이 자유롭습니다. 종교도 무관합니다."
 수녀들과 함께 생활하니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딸을 혼자 객지에 보낸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된 보금자리다. 시설도 쾌적하고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다.
 10년 넘게 기숙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효임(데레사) 수녀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걸음걸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핀다"며 "학생들도 수녀를 엄마나 이모처럼 대하고 한 번 입소하면 거의 졸업 때까지 머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성서모임과 판공성사, 성지순례, 성모의 밤 등을 마련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예비신자 교리도 받을 수 있다. 또 스페인 출신 수녀에게 무료로 어학을 배울 수도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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