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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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10)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임종자들 마지막 가는 길 환히 밝히는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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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직전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길 편안하게 도와
모현 호스피스 운영, 가정 방문 호스피스 등 활동
두려움 갖는 환자들에게 죽음 너머 희망을 갖도록



 
▲ 호스피스 환자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현 호스피스` 김은배 수녀
 

 
▲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가 호스피스 가정을 방문해 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오늘 임종하는 사람들, 내일이면 너무 늦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Little Company of Mary, 관구장 장귀옥 수녀) `모현 호스피스` 담당 김은배(스텔라) 수녀는 매일 환자 가정 방문을 준비할 때마다 설립자 메리 포터(Mary Potter, 1847~1913) 수녀의 이 한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간호사인 김 수녀가 오늘 방문할 환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폐암 말기인 장 마리아(79) 할머니. 2004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금은 병원에서도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손을 놓은 상태다. 지난 주 환자 가족 요청을 받고 첫 방문이라 김 수녀도 마음이 설렌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떠세요?"
 "기침이 심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요."
 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늘어놓자 동행한 호스피스 전문의 정극규(포천 모현의료센터 진료원장) 박사가 청진기를 꺼내 검진에 들어간다.
 그 사이에 김 수녀는 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어린아이 달래듯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죽음을 앞에 둔 말기 환자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는 느낌이다. 근심으로 가득 차 있던 환자 얼굴에 조금씩 희미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빨리 저 세상으로 가면 좋겠어요."
 "할머니, 답답해도 자꾸 움직이시면 숨이 더 가빠져요. 분심이 들면 묵주기도를 하세요, 고통 없이 임종을 맞게 해 달라고. 저도 할머니를 위해 매일 기도할게요."
 김 수녀의 소임은 임종 직전 말기 환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가정 방문 호스피스 활동이다. 지금도 15~20명 남짓한 환자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며 하소연을 들어준다.
 심신이 나약해진 환자는 스스로 죽음이 다가온다고 느낄 때 고독과 두려움, 기도조차 할 수 없는 극심한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말기 환자들은 말 한마디 하는 것, 숨 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호스피스는 통증조절(완화의료)을 통해 고통을 덜어주며, 가족과 화해하고 여생을 잘 정리해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그 너머에 있는 세계에 두려움을 갖습니다. 환자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 즉 하느님 나라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잘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임종을 맞는 분을 만날 때 가장 보람됩니다."
 환자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비법을 물어보니, 김 수녀는 "그냥 함께 놀다 온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환자가 노래를 해달라고 하면 노래를 해주고 고스톱을 치자면 함께 하지요."
 밝고 건강한 목소리로 조금은 능청스럽게 말하는 김 수녀 모습을 보면서 말기 암환자라도 웃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수녀는 "호스피스는 포기가 아니라 희망"이라며 "자신이 살던 가정에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며 임종을 준비하는 게 가장 이상적 호스피스"라고 강조했다.
 환자 방문을 마치고 수녀회 영성과 역사를 들으러 서울 용산구 후암동 수녀원을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제가 안나 수녀입니다." 먼저 이렇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수녀인지 못 알아볼 뻔했다.
 김갑경(안나, 메리포터 호스피스 영성연구소 연구팀장) 수녀는 종신서원 때 특별히 수도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도복에 대한 거부감이 유별나거나 수도자를 대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였다.
 "우리 수도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수도복에 대한 규정이 없어졌어요. 전교지역인 한국과 일부 국가에서만 아직 수도복을 입는데, 수도복이 신뢰를 주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사복을 입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을 편안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 수도회 영성과 역사

임종자 보살핌으로 예수 치유 현존 드러내
 
사람은 죽음 앞에 섰을 때 자신의 한계를 가장 뼈저



가톨릭평화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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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 2장 3절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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