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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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12) 작은 예수 수녀회

하느님 앞에서 장애 구분 없이 더불어 사는 기쁨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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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군자동 수도회 본원 차고를 리모델링한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작은 예수 수녀회 수녀들.
 

 
▲ 작은 예수 수녀회 수녀가 여성 장애인 공동체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사는 세계 최초의 장애인 수도회
전국 분원 10곳에서 장애인들과 소공동체 이뤄서 생활
브라질·미국·중국·등지서도 노인 장애인 공동체 운영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서울 군자동 작은 예수 수녀회 본원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을 나와 세종대학교 담장을 따라 왼편 골목으로 접어들면 아담한 2층 단독주택 대문에 `작은 예수 수녀회` 간판이 걸려 있다.

 마당 가운데 예쁜 봄꽃으로 둘러싸인 성모자상에 인사한 뒤 현관에 들어서자 검은 수도복을 입은 정미영(예수 데레사) 수녀가 반갑게 맞아준다. 전화 목소리로 이미 짐작했지만 역시 정 수녀는 뇌병변 장애인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표정이 자주 일그러지고 말이 좀 어눌하다.

 작은 예수 수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수도생활을 하는 수도회로, 1992년 박성구 신부가 설립했다. `작은 예수회 총장은 영원히 예수님`이라며 총장 대리를 자처하는 박 신부는 설립 당시부터 수도회를 이끌어왔고, 지체장애인 화가 수녀로 유명한 윤석인(예수 다윗 보나) 수녀가 바로 이 수녀회 1대 본원장이다.

 정 수녀 안내로 거실로 들어서니 설립자 박성구 신부와 현 본원장 김성숙(예수 그라시아) 수녀 등이 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수녀회는 설립 동기부터 다른 수도회와는 달라요. 장애인만의 수도회가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수도 공동체를 목적으로 설립했지요. 활동수도회로서는 세계 최초의 장애인 수도회이고요."

 수녀회에 장애인 수녀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졌다. 김 수녀와 정 수녀가 손가락을 꼽으며 세어본다.

 "가만있자 몇 명이더라. 현재 회원이 총 26명인데, 하나, 둘, 셋…, 장애인은 11명이네요."

 많지도 않은 숫자인데 굳이 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릴 필요가 있었을까? 김 수녀 설명을 듣고 보니 언뜻 이해가 된다.

 "저희는 시작부터 생각이 달라요. 장애가 있건 없건 모두 함께 살아가는 동료 수도자일 뿐이죠. 굳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누구도 신체적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살다보니 일부러 세어볼 일도 없었지요."

 성소 및 영성 담당으로 일하는 정 수녀의 경우에도 말이 다소 어눌하고 오래 걷지 못할 뿐 뇌 기능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정 수녀는 "장애인등록증도 없이 살았는데 제주 분원을 방문할 때 항공료 부담이 너무 커서 할인 받으려고 장애인으로 등록했다"며 깔깔 웃는다. 정 수녀는 얼마나 잘 웃고 농담을 잘 하는지 도무지 장애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수녀회에서 장애인은 약간의 핸디캡(handicap)을 갖고 있을 뿐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어지간한 소아마비 정도는 장애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르신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듯 불편함이 없도록 할 뿐이지 장애인이기에 특별히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수녀회에서는 장애인이라고 절대 봐주지 않아요. 호호~.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서야 한다는 게 설립자 신부님 방침이거든요. 산상피정을 갈 때도 장애인이라고 예외는 없어요. 산 정상까지는 못 올라갈지라도 각자 힘이 닿는 만큼 오르게 하지요.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장애인도 정상까지 오르게 돼요."

 비록 어떤 가족은 장애가 매우 심해 먹고 입히고 잠자리까지 모두 거들어야 하지만 이들은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며 서로의 손발이 되어준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두 하느님 앞에 영적 장애인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선배 수녀에게도 `언니`라고 부르며 한 가족처럼 대하는 수녀들이다.

 수녀회는 서울 구의동ㆍ능동ㆍ불광동, 성남, 전주, 대구, 거제도(옥포), 제주 등 전국 10곳의 분원에서 장애인들과 소규모 공동체를 이뤄 산다. 모든 분원에는 수녀 1~2명과 9명 안팎의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한다. 수녀들은 수도자로서 방을 따로 쓰는 것 외에는 장애인이나 일반 상근 봉사자들과 가족처럼 어울려 산다. 초창기부터 수녀회는 대규모 장애인 생활 시설보다는 `그룹홈`(Group Home, 공동생활가정) 형태의 소공동체를 지향해 왔다.

 거제도 분원에서는 어르신 소공동체도 운영하고 있고, 브라질과 미국, 중국 등에도 수녀들을 파견해 행려인 무료급식과 장애인 및 노인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정 수녀가 인터뷰를 마치고 문밖을 나서는데 본채 맞은편에 가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공동기도실`이라고 적힌 작은 명패를 보지 못했다면 그냥 창고려니 생각할 뻔 했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황토벽지를 바른 벽과 바닥, 정면 십자고상과 감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기도실은 허름한 외관과 달리 매우 경건한 분위기다.

 그런데 본원장 수녀 안내로 살펴 본 성당은 더 놀라웠다. 정문 밖 기도실 아래 반 지하에 자리잡은 성당은 한 눈에 보기에도 차고를 리모델링한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성당 역시 안에 들어서니 여느 피정의 집이나 큰 본당의 소성당 못지않게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수녀원 성당과 기도실이라고 하기에는 겉모습이 옹색하기 이를 데 없다. 비록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을지언정 내면의 영성은 그 누구보다 사랑과 성령으로 충만한 작은 예수회 수녀들을 보는 듯하다.

 

 ▨ 수도회 영성과 역사

장애인에 미소 가득하게
1992년 설립, 장애인 재활과 자립 도와

 작은 예수회가 추구하는 영



가톨릭평화신문  201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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