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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18) 사랑의 성모 수녀회

지친 이웃에게 살맛 나게 하는 따뜻한 밥 한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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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원 마당에서 환히 웃고 있는 세 명의 `사랑 전도사` 수녀들.
정현옥(왼쪽부터) 수녀, 이영애 수녀, 하옥정 수녀.
 


 부산시 수영구 광안1동. 고즈넉한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서니 골목 끝에 상큼한 연두색을 칠한 가정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수녀원인가?`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찰나, 수녀 세 명이 나와 웃으며 반긴다.

 "여기가 수녀원이에요! 우리집 정말 예쁘죠?"

 이곳은 `사랑의 성모 수녀회` 한국 본원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건물색만큼이나 색이 고운 잔디가 깔린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수녀들이 정성껏 가꾼 마당은 주민이나 동네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쉼터다.

 "준호야~ 잘가! 언제든지 수녀원에 놀러와!"

 취재차 수도원을 찾은 날에도 한 아이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수녀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정현옥(마리폴) 수녀는 "12년 전 한국에 진출한 후, 넉넉지 않은 살림에 셋방을 전전하다 몇 년 전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녀는 단 3명. 정 수녀와 이영애(마리그라시아)ㆍ 하옥정(미리암) 수녀다.

 이들은 적은 숫자지만, 지역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도직을 열정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 특히 수녀들은 수녀회 설립자 마리아 아우구스티나 수녀의 `사랑은 각 수녀의 영혼이며 생명입니다`는 말씀을 따라 각자가 `사랑 전도사`를 지향하며 작지만 알찬 수녀회로 일구고 있다.

 이영애 수녀는 수녀회 설립 목적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데서 찾았다.

 "우리 주위에는 가난과 외로움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아요. 희망을 잃어가는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이 우리 수녀회의 가장 큰 사명입니다. 절박한 사정에 처한 이가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사회복지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수녀들이 한국에서 첫 사도직으로 선택한 것은 저소득층 가정의 영유아를 돌보는 `둥지 놀이방` 운영이었다. 현재는 문을 닫은 둥지 놀이방에는 생후 7개월된 영아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수녀들의 사랑과 돌봄을 받았다. 지극정성으로 아이들을 돌본 덕에 "수녀님들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아 세례를 받고 싶어졌다"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근 지역이 개발되고, 그에 따라 저소득층 자녀들 수가 급격히 줄면서 놀이방은 문을 닫았다.

 이후 수녀들은 더 낮은 자, 더 소외된 자를 찾아 나섰다. 수십 차례 현장실사와 고민 끝에 무료 도시락 배달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 수녀는 "우리 힘과 정성이 더욱 필요한 곳을 찾다보니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도시락 배달을 주요 사도직 활동으로 삼은 까닭을 설명했다.
 

 
▲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도직 활동의 물꼬가 된 `무지개가족 밥상` 개소식.
 

 
▲ `무지개 밥상`에서 열심히 도시락 반찬을 만들고 있는 수녀들과 봉사자들.
이들이 매주 배달하는 도시락은 50여 개.
수녀들은 도시락을 받는 이들을 생각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수녀들은 2008년 10월 본원 근처 광안3동에 밥집 `무지개가족 밥상`을 열었다. 수녀들은 이 밥집에서 봉사자 140여 명과 함께 매주 화ㆍ목ㆍ금요일에 도시락 50여 개를 싼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는 날이 없다.

 이 도시락의 주인공은 지역 홀몸 어르신과 장애우 가족, 거동이 불편한 이웃들로, 지역 동사무소나 복지관 등에서 추천 받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녀들이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이들이 대부분이다.

 정 수녀는 "직접 현장을 가보면 듣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이도 있고, 오히려 반대로 큰 도움이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다"며 "앞으로도 꼭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직접 찾아 다니며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락을 받아든 이웃들은 "밥도 밥이지만 말동무를 해주며 안부도 물어오는 수녀님 덕에 살맛 난다"고 입을 모은다.

 수녀들은 "알코올 중독으로 피폐한 생활을 하던 한 어르신이 도시락을 받으면서 폐지 줍기를 시작하는 등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랑 전도사` 수녀들의 앞으로의 계획은 공부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도시락 배달이 끝나고 난 후 무지개 밥집 공간을 활용, 오후에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정 수녀는 "향후 사도직 활동으로 가장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바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복지"라며 "지역 여건 탓에 둥지 놀이방은 문을 닫아야



가톨릭평화신문  201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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