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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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25)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가난한 이웃 위해 언제 어디서든 사랑의 봉사와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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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원주시 문막 톨게이트를 지나 10여 분, 국도 옆 샛길로 빠지면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본원(원주시 단계동 소재)이 나온다. 고요한 정취를 상상하며 들어선 수녀원 곳곳에 건설 자재가 쌓여 있고, 여기저기서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총원장 노순일 수녀가 "수녀원 증축 공사로 어수선해 취재를 미룰까 했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면서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총원장 수녀가 전하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의 영성은 가난하고 소외되며 병들어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위한 사랑의 봉사와 전교. 하지만 이것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게 또 있을까.

 250여 명 회원을 둔 수녀회는 영성에 걸맞게 장애인ㆍ아동ㆍ노인복지ㆍ본당ㆍ호스피스ㆍ복지관ㆍ다문화센터ㆍ해외선교(독일, 잠비아, 인도, 브라질, 이디오피아, 페루) 등에서 예수님 사랑을 전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병든 자들 위해 기꺼이 봉사하는 영성
27년 잛은 역사에도 장애인, 아동, 노인복지 등 다양하게
현재 250여 명 회원들, 사회복지 사도직과 해외선교 활동


 

 
▲ 잠비아 선교 현장에서 활동하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 수녀가 어린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노 총원장 수녀는 27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에 비해 수녀회가 사회복지 전반에 걸쳐 뿌리를 내린 이유로 설립자로부터 이어 온 헌신적인 봉사 정신을 꼽았다. 더 나아가 `내가 풍족할 때 남을 도와주는 것보다 내가 없을 때 나눔을 실천하는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총원장 수녀의 설명이다.
 `따르르릉~.`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함께 있던 다른 수녀가 "낡아서인지 가끔 오작동을 한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데 전념하느라, 정작 비가 새고 천장이 내려 앉은 수도원 건물을 돌볼 겨를도 없이 지금까지 온 것이다.
 수도회 사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재정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사회복지에 환원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따르는 수도회 회원들 모두는 수도회가 아닌 가난한 이들에게 쓰여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기하게도 부족한 건 하느님께서 다 채워주신다"는 총원장 수녀 얼굴에는 강한 신념이 배 있다.
 
 ▨어려운 이들의 가족으로
 본원을 뒤로하고 수녀회가 운영하는 장애인생활시설 `애네아의 집`을 찾았다. 애네아는 중풍으로 8년 넘게 누워 있다가 사도 베드로의 말씀으로 일어난 사도행전에 나오는 인물이다. 본원 근처에 있는 이곳에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지체ㆍ뇌병변ㆍ중도(도중에 장애 입은) 성인 장애인 28명이 살고 있다. 도착한 시간이 마침 점심 때라 따끈한 식사를 대접받고,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도자기 수업 직전인 오후 2시께 강당. 넓은 창으로 햇살이 따뜻하게 드는 강당 한편에서 수업에 참가할 장애인들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 평화방송 매일 보는데, 우리만 먹자니 미안하니까 기자 아저씨도 이거 하나 들어요." 중증장애로 어눌한 발음의 재화씨가 환한 웃음으로 과자를 건넸다.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다.
 

 
▲ "머리가 예쁘게 나오겠네."
파마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시설 식구와 수도자들.
이들은 서로를 수도자와 생활자가 아닌 `가족`이라 부른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베풀 줄 안다고 했던가, 애네아의 집 원장 이베네딕다 수녀는 "이곳을 직장으로 생각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며 "장애인들은 원하는 것을 다 표현하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들어준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시설 식구들의 밝은 표정이 이해가 됐다.
 애네아의 집은 매달 한 번 시설 식구와 직원을 위한 공동 생일잔치를 열어 친교를 다진다. "바닷가에 가서 홍어와 탁주 한잔하고 싶다"는 시설 식구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아무리 먼 곳도 마다치 않고 함께 갈 만큼 최선을 다한다.
 도자기 수업이 한창인 시간,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건물 베란다에서는 간이 미용실이 열렸다. 생활인이 손님이고, 김 엘리사벳 수녀가 미용사다. 옆에서 신기한 듯 구경하는 시설 식구에게 직원이 "오빠도 파마해 드릴까"라고 말을 건넨다. 크게 손사래 치는 식구의 모습에 모인 사람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 이곳에 부임한 김 엘리사벳 수녀는 "사회에서의 경험을 살려 식구들에게 파마를 해주고 있다"며 "10년 만에 파마해 본다는 식구가 있을 만큼 다들 좋아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같은 시간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이들이나 휴게실에서 쉬는 이들, 개인 활동으로 십자수를 놓는 이들까지, 보기만 해도 "사랑을 받는 이들의 표정이 이렇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려운 이들에게 진정한 벗이 돼주는 것이 무엇일까. `그들이 원하는 걸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벗으로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방문이었다. 수녀회가 운영하는 수많은 시설 중 한 곳에 몇 시간 머문 것에 불과하지만 다른 곳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를 배웅하고자 수녀와 직원들이 취재차량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톨릭평화신문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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