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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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27) 전교 가르멜 수녀회

관상과 활동으로 교회와 세상에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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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가르멜수녀회는 가르멜회의 관상생활과 사도적 활동의 조화를 통해 교회와 세상에 봉사하는 수도회다.
전교가르멜수녀회 수녀들이 기도방에 모여 성무일도를 바치고 있다.
 


   몇 년 전 성당 후배가 전교가르멜수녀회에 입회한다고 했을 때 관상봉쇄수녀원에 들어가는 줄 알았다.
 한번 들어가면 평생 수도원 대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봉쇄가르멜`과 달리, 관상과 활동 두 가지 정신으로 교회와 세상에 봉사하는 전교가르멜수녀회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준관구장 김선주(체칠리아) 수녀가 지하철역까지 굳이 마중을 나왔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을 지나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영성의 집`(종로구 사직동 262-12)으로 안내한다. 경복궁 바로 옆 동네에 있는 본원과는 지척이다.
 자동차 경적소리로 시끄러운 도심을 뒤로하고 주택가 안쪽에 자리 잡은 수녀원까지 오르막 골목으로 접어드니, 성벽처럼 높은 담장이 바깥 세상과 다른 곳임을 알려준다. 서울 도심에 잠겨 있으면서도 바깥과는 차단돼 있는 곳, 관상을 통해 자기 안에 침잠하면서도 바깥과 소통하길 원하는 수도회 지향처럼, 세속의 흐름에서 살짝 비껴 있으나 도심 속에 열려 있는 참으로 특이한 수도원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풍경은 역전한다. 좁은 공간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지은 3층 건물에 작은 성모상과 소박한 나무의자가 놓여있는 이색적 느낌의 정원이 기도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층에 자리 잡은 성당이 특히 인상적이다. 의자 없이 마룻바닥으로 이뤄진 소극장 형태의 계단식 좌석을 경사지게 배치한 성당은 제단 가까이 향할수록 점점 더 지하로 내려가게 되는 특이한 구조다. 성당 제일 밑바닥에 제단이 위치하는 구조 덕분에 뒷좌석에 앉으면 눈높이보다 낮게 세워져 있는 십자고상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만이라도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가만가만 속삭이는 듯하다.

# `하느님과의 대화` 이끄는 데레사 기도학교
 
 준관구장 수녀가 영성의 집으로 기자를 안내한 이유는 수녀회가 펼치는 주요 영성사도직의 하나로 바로 이곳에서 이뤄지는 `성녀 예수의 데레사 기도학교`와 피정 때문이다.
 "당신 영혼의 성전에 들어가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십시오"
 전교가르멜수도회 설립자 복자 프란치스코 빨라우 이 께르 신부(1811-1872, Bt. Francisco Palau Y Quer)는 기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보다 400년 전 성녀 예수의 데레사(대 데레사, 1515~1582)가 하신 기도에 대한 설명은 좀 더 구체적이다. "묵상이란 자신이 하느님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단둘이서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입니다"
 데레사 기도학교는 기도의 스승이자 영성의 대가로 알려진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가르침에 따라 수도회의 유구한 역사 속에 뿌리내려 있는 가르멜적 묵상기도를 전파하는 교육과정이다. 기도학교는 원래 스페인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에서 평신도들에게 묵상기도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기도학교는 매년 10월 15일 아빌라의 데레사 축일을 전후해 수강생을 모집, 한 달에 두 번씩 격주로 열린다. 2시간 30분 동안 강의와 묵상, 나눔을 통해 기도에 맛들이도록 이끈다. 서울 영성의 집과 인천 수련소, 부산 청원소에서 동일한 교과과정으로 개설된다.
 기도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고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기도학교의 2년은 치열한 훈련과정이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해서 묵상하고 기도해야 한다. 귀찮을 때도 있다. 중간에 떨어져 나가는 사람도 40 정도 된다. 그러나 기도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평온도 깊어진다.
 "반복해서 기도를 훈련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런 평온한 상태에서 자신의 잘잘못을 살펴보게 됩니다. 과거에 뿌연 거울을 통해서 나를 보던 것을 이젠 아주 맑고 투명한 거울을 통해 보게 되죠."
 기도학교를 담당하는 박영조(루치아) 수녀는 "5분이라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기도를 하며 하느님과 나를 일치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마음 밭을 일구는 수행을 통해 스스로 내면의 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을 벗으니 하느님의 옷으로 채워 있더라"라는 기도학교의 지향이 떠오른다.


 
▲ 사직동 영성의 집에서 전교가르멜수녀회 수녀들과 젊은이들이 피정을 하고 있다.

# 가르멜 영성 바탕…복음적 삶 실천
 
 기도학교는 1990년부터 시작됐다. 1977년 8월 한국에 진출한 수녀들이 도움을 준 은인들과 영성을 나누려고 기도모임을 이끌게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묵상과 관상기도가 생소했던 터라 묵상기도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모임을 개방했다. 그 후 차츰 모임이 체계화되고 회원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1999년 학교 체제로 개편했다.
 이 외에도 수녀회는 기도학교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짧은 시간에 기도를 배우고 고요와 침묵 속에서 기도 맛을 느끼도록 기도피정 프로그램도 수시로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한국 준관구 회원 수는 수련자와 청원자, 유기서원자 등을 포함해 50여 명. 이밖에 전교가르멜수녀회 영성에 따라 세상 안에서 완덕의 삶을 살고자 하는 재속회원 350여 명이 있다.
 수녀회는 1992년 대만에 수녀 2명을 파견한 이래 회원 수에 비해 비교적 많은 선교사를 아프리카 케냐를 비롯한 해외선교지에 파견하고 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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