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성의 길 수도의 길] (35)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 영성으로 소외된 이웃들 위해 정성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증거하며 하느님의 빛을 받아 그분 말씀을 이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하는 사명을 뜻한다.
또 순교자의 승리가 우리를 보호하고 후원하며 우리도 하느님 안에서 승리하리라는 희망을 상징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 방향으로 전철을 타고 가다 오른쪽 창으로 눈길을 돌리면 주변 건물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웅장한 한옥식 건물을 볼 수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맡고 있는 새남터성지ㆍ성당(주임 최현식 신부)이다.

 새남터는 한국 교회 성직자 순교자 14명 중 11명이 순교한 한국교회 대표성지다. 신유박해 때 주문모(1752~1801) 신부가 처음으로 처형당한 후 김대건(1821~1846)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사제와 평신들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현재 성 김대건 신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 신부 등 성인 9명 유해가 모셔져 있다.
 1950년 순교사적지로 지정된 새남터성지는 1957년부터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가 관리를 시작했다. 새남터성지는 "순교자들의 소중한 복음 정신을 찾고, 순교자를 닮은 모습으로 살아가며 그 정신을 널리 전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라는 수도회 설립자 방유룡 신부의 생각과 정확히 들어맞는 곳이었다.

 1981년에는 한강본당으로부터 새남터본당이 분리설정됐다. 수도회 신부들이 본당 사목을 맡으며 수도회 영성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고 있다. 1987년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성전은 이제는 도심 속 명소로 자리잡았다.


 
▲ 황석모 총원장(둘째줄 가운데) 신부를 비롯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 개방형 정신병원

 1990년 개원한 경기 이천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은 새남터성당과 함께 수도회 영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도직 현장이다.

 굵은 쇠창살과 하얀색 건물, 수많은 감시 카메라, 폐쇄 병동, 격리 치료….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정신병원 이미지는 이처럼 어둡고 삭막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에는 쇠창살은 물론이고 울타리도 없다.

 그 흔한 CCTV(폐쇄회로 TV) 카메라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마당에는 아담한 연못이 있고 14만㎡에 이르는 울창한 숲이 병원을 둘러싸고 있다. 환자들은 환자복 바지에 윗옷은 자유롭게 입고 있다. 병실 바닥은 신발을 벗고 다니는 나무 마루다. 침대, 이불은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병원 어느 곳을 가든지 바깥 경치가 훤히 보이는 큰 창문이 인상적이다. 환자들은 자유롭게 병원을 돌아다니고 틈틈이 야외로 나가 산책한다. 환자복 바지를 입고 있지 않다면 직원과 환자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수도회가 국내 최초 개방형 정신병원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폐쇄적 이미지가 강했던 정신병원에 창살을 없애고 환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에는 파격을 넘어 `말도 안 되는 일`로 여겨졌다.

 병원 개원은 수도회 영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면형무아(麵形無我)의 구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것이 바로 면형무아 정신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만큼 소외된 이들도 없다는 것이 수도회 회원들의 판단이었다.

 병원장 양낙규 신부는 "설립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정신질환 환자의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인권 사각지대였던 정신병원의 낙후된 시설과 치료 문화를 환자 중심으로 바꿔보자고 수도회 회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병실 창문에는 쇠창살 대신 강화유리를 끼워 넣었다. CCTV를 설치하는 대신 환자를 돌볼 직원을 더 많이 채용했다. 병원 운영 비용은 몇 배가 더 들었지만 환자 인권 보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초심이었다.


 
▲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마당에서 환자들이 자유롭게 농구를 즐기고 있다.
 

 병원 운영을 시작해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병원을 탈출해 집으로 돌아가는 환자가 수시로 나왔다. 불만을 토로하는 가족들에게 직원들은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했다. 그리고 보호자들에게 병원에 자주 찾아와 환자들과 대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의도의 6분의 1



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루카 22장 40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