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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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45) 성체 선교 클라라 수녀회

생활에서 실천하는 자기 희생과 기도로 구원ㆍ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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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00년 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소녀는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와 순교자들 업적을 담은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뒤 `한국`이라는 나라를 마음에 품고 자랐다.

 소녀가 성장해 봉쇄 수도원에서 16년을 살고 나서 1945년 선교 수도회를 설립하고도 25년이 더 지났을 때, 그는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온 한국 선교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당시 뜻을 이루지 못한 그의 소망은 선종 6년 만인 1987년 자신이 설립한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가 대전교구에 진출함으로써 비로소 실현됐다.



 
▲ `과달루페의 집` 기숙사 학생 및 일반 신자 여학생들과 성지 순례를 함께 한 수녀들.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 한국지부장 소꼬로 발레리오(Socorro Valerio) 수녀는 설립자 마리아 이네스 데레사 아리아스(Maria Ines Teresa Arias, 1904~1981) 수녀와 김수환 추기경이 함께 찍은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1970년 설립자 수녀님이 한국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지부에 머무르고 있을 때, 김 추기경님이 후에 대전교구장이 되신 경갑룡 주교님과 저희 수녀원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인연으로 경 주교님이 대전교구로 불러주셨죠."

 100년 전 이름도 생소한 지구 반대편 작은 나라 한국의 순교자들 행적이 멕시코까지 전해진 것도 그렇지만, 어린 시절 책에서 접한 한국 교회를 평생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았던 마리아 이네스 수녀의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취재 섭외를 위해 전화했을 때, 지부장 수녀는 최근 마리아 이네스 수녀의 시복이 결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1981년 로마에서 선종한 지 30년 만이다. 지부장 수녀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다른 영혼들을 구원하려는 열망으로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그 분의 거룩한 삶과 우리 수녀회 영성이 공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분은 `모든 사람이 당신을 알고 당신을 사랑하기를…`이라는 말을 화살기도처럼 수시로 바칠 정도로 선교 열정이 충만하셨어요. 평생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와 희생, 완전한 순명의 삶을 사셨지요. 그리고 자신을 내놓으면 주님께서 놀랍도록 신비한 일을 하신다는 굳은 믿음을 보여주셨어요."

 마리아 이네스 수녀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처럼 평범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자기희생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통해 인간은 신성함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과달루페 성모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모신 수녀회는 대전 서구 괴정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안마당에 들어서면 과달루페 성모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맞아준다.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 `과달루페의 집`과 맞붙어 있다. 대전이 교육 도시인만큼 가까운 거리에 여러 대학이 밀집해 있고, 학생들 입소문 덕에 입소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딸을 혼자 객지에 보낸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아요. 비용도 다소 저렴하고 수녀들이 직접 해주는 밥도 맛있다고 해요. 밤 11시 귀가시간 등 몇 가지 규칙만 지키면 모든 생활이 자유롭습니다. 종교도 무관합니다."

 수녀회는 집을 떠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족이 돼 주자는 뜻에서 여대생 기숙사를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아동과 성인을 위한 교리교육, 피정의 집, 병원을 비롯한 의료사도직, 청소년 교육을 위한 학교 및 기숙사를 운영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느님을 모르는 학생은 물론 입시공부 때문에 신앙생활에 소홀했던 신자 젊은이들에게 신앙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사도직인 것 같아요."

 수녀들은 학생들이 귀가할 때 직접 대문을 열어주면서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걸음걸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핀다. 다른 수녀회 기숙사와 마찬가지로 월례미사, 기도의 밤 등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하느님과 친숙해지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따뜻한 인간관계를 통해 복음적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준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 미신자 어린이 선교를 위한 `클라라 토요학교`에서 어린이들과 놀이를 하고 있는 수녀들.
 
 
 수녀회는 미신자 어린이 선교를 위한 `글라라 토요학교`도 열고 있다. 매 주말마다 수녀원 인근에 사는 어린이들을 불러다 기도와 간단한 교리를 가르쳐주고 함께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으면서 놀이를 즐기는 시간이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한 사도직처럼 보이지만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느님 사랑을 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토요학교에 놀러오는 어린이들 영향으로 온 가족이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수녀회는 이밖에 대전교구 모산본당에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지부는 코스타리카 출신 소꼬로 수녀를 비롯해 한국ㆍ일본ㆍ멕시코 출신 회원 8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한국인 회원은 모두 4명인데 그중 한 명은 스페인에 파견돼 있다.


 ▨ 수도회 영성과 역사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수도회 영성과 정신을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글라라 수녀회`라는 명칭을 보면 언뜻 관상수도회인 `성 클라라 수녀회`가 떠오른다. 그런데 `선교`라는 이름은 관상수도회와는 반대로 활동수도회를 뜻하는 것이어서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의 영성은 이름에서 드러나 있듯이 선교적, 성체적이다. 선교적 삶이란 일반적인 활동 선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게 복음의 전달자가 된다`는 포



가톨릭평화신문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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