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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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52)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성모 마리아 모성으로 고아 돌보는 "팔불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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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날 경기도 용인 수지구 동천동으로 향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지나자 광교산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은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총원장 조영숙 수녀)가 보인다. 한 울타리 안에 아동복지시설 성심원과 피정시설인 성심교육관, 노인공동생활가정 사랑의 집 등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라는 이름을 보고 처음엔 외국에서 진출한 수도회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1969년 3월 21일(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고 이우철 신부가 설립한 본토인 수녀회다.
 

 
▲ 파티마의 성모 프란치스코 수녀회 총원장 조영숙 수녀가 새터민 자녀들을 위한 그룹홈 성모 소화의 집 어린이들 재롱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부총장 유정순(스콜라 스티카) 수녀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성심원이다. 66년 역사의 성심원은 오갈 데 없는 소년들이 수녀들의 따뜻한 돌봄과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성심원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선입견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된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고, 친부모가 채워주지 못한 빈자리를 메워줄 사랑이 좀 더 필요한 그런 아이들일 뿐이다.
 토요일 오후 성당에 다녀온 초등부 아이들이 엄마 수녀에게 빵과 음료수를 내민다. 주일학교에서 자신의 몫으로 받은 간식을 먹지 않고 가져온 모양이다. `수녀님 주려고 꾹 참고 가져왔다`는 아이들이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하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승훈(가명)이도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조숙자(소피아, 성심원 사무국장) 수녀가 좋아하는 원두커피를 한 잔 사들고 와 사무실 책상에 살짝 올려놓고 제 방으로 올라간다. 평소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는 조 수녀는 별 것 아닐 것 같은 커피 한 잔에도 왠지 가슴 찡하다.
 "아이들 때문에 울고, 아이들 때문에 웃고 여느 엄마랑 똑같죠.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저는 아들이 많아요."
 혹시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을까 노파심에 잔소리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아이들 자랑으로 입에 침이 마르는 조 수녀를 보면 영락없는 팔불출 엄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우리 아이들은 참 착해요. 크게 말썽을 피우는 일도 거의 없죠.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모범생도 많고, 수녀원 김장을 도우려고 주일 외출을 포기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아이들도 많죠."
 수녀들은 대부분 아이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성소를 선택한 이들이다.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을 위해 매일 식사준비와 빨래를 하고 숙제를 도와준다. 가끔 아이들에게 걱정스러운 일이 생기면 밤새 머리맡에서 기도를 한다.
 어른들 선입견 탓에 아이들이 큰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걱정도 한다. 건너편 아파트단지에 새로 입주한 주민들이 찾아와 `우리 아이들을 고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없다`고 항의하고, 심지어 성당 신자들이 미사시간에 지갑을 도둑맞았다고 성심원 아이들을 의심한 적도 있다.
 조 수녀는 "아이들이 자신의 처지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오히려 학교 친구들을 성심원에 데려와 놀기도 한다. 또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덕분에 남을 배려하고 어디를 가든 적응을 잘 하는 편이다.
 이렇듯 성심원에는 1살부터 18살까지 남자아이 46명이 엄마 노릇을 하는 수녀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아이들은 피를 나누지는 않았어도 친형제나 다름없다.
 이곳에서 자라 사회인으로 독립해 나간 소년은 지금까지 2000여 명에 이르고, 그들 중에서 사제 5명이 탄생했다. 이젠 어엿한 가장이 된 그들이 가끔 자녀를 안고 찾아오는 정겨운 모습에서 수녀들은 성모 마리아의 모성으로 불우한 아동, 가난한 이들을 돌보라는 수도회 영성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긴다.
 유정순 수녀는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행여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수녀들이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여주 파티마 성모의 집 할머니들.
 
 
 성심원뿐이 아니다. 소녀들을 위한 공동생활가정 시몬의 집(용인 수지구 동천동)과 성심 효주의 집(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도 부모들이 돌보지 못하는 소녀들과 함께 참 가족, 참 행복을 일궈내고 있다. 아울러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로 수지 사랑의 집과 충주 사랑의 집, 마석 클라라의 집, 유료양로시설인 여주 파티마 성모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터민 자녀 양육을 도와주는 성모 소화의 집(서울 은평구 신사동)을 열었다. 이밖에 수지 성심교육관과 여주 피정의 집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는 종신서약 48명, 유기서약 4명, 수련자 1명이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 수도회 영성과 역사
설립자 이우철(1915~1984) 신부는 40년 가까이 고아 1000여 명을 사랑으로 길러온 `고아들의 아버지`였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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