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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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길 수도의 길] (53)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한ㆍ일 두 나라 화해와 민족감정 해소 ''다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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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수녀들이 마당 성모상 앞에서 봄 햇살을 받으며 정담을 나누고 있다.
 
 
   몇 년 전 종교전문작가 김나미씨가 쓴 「파란 눈의 성자들」이란 책을 읽고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오딜(Marie Odile Megard, 프랑스) 수녀를 알게 됐다. 일본에서 불어를 가르치며 선교하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한국에 온 프랑스 출신의 오딜 수녀는 20년 넘게 한ㆍ일 양국의 화해와 민족감정 해소를 위해 노력해 온 분이다.
 파란 눈의 이방인 오딜 수녀가 가난한 달동네에서 연탄을 때고 살던 시절을 추억으로 떠올리고, 선배 수녀이면서도 아침에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 `자리가 올라갈수록 몸은 낮아져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읽고 참 수도자의 모습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수녀원(경기도 부천 심곡본동 소재)으로 들어가 현관 초인종을 누르니 젊은 수녀가 밝은 웃음으로 맞아준다. 잠시 후 응접실에서 만난 수녀 네 명 중 젊은 수녀들은 수도복 차림인데 오히려 선배 수도자인 강진열(마르티나) 원장 수녀와 일본 출신의 하타 미츠에 수녀는 단발머리에 사복을 입었다.
 강 수녀에게 "선배 수녀님 둘이 사복을 입으셨네요?"하고 묻자, "우리는 (아직 서원을 하지 않은) 지원자들"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 농담이었다.
 "1996년부터 수도복 착용을 자율화했어요. 한국에서는 사도직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어 수도복을 입기도 해요."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는 한국인 수녀 다섯 명과 일본인 수녀 두 명이 살고 있는 작은 공동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수녀회는 일본지부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 올해 금경축을 맞은 미츠에 수녀도 앞서 소개한 오딜 수녀와 함께 1985년 한국에 파견돼 수도생활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도자를 파견한 계기가 특이하다.
 "한ㆍ일 관계를 보면 일본은 일제 강점기 한국에서 저지른 잘못을 잊고 여전히 한국을 식민지 취급하지요. 또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에 적대 감정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두 나라가 서로 화해하고 역사적 앙금을 해소하는 데 우리 수녀회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왔어요. 일본이 한국에서 저지른 잘못을 어떤 식으로든 사죄하는 차원에서 한국교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지요."
 외교관도 아닌 수녀들이 어떻게 두 나라 화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가 한 남자 중학생이 일본 출신인 저를 보고 `나는 일본 사람이 싫다`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시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학생이 `수녀님을 알고부터는 일본 사람을 무조건 미워하지는 않게 됐다`고 말하더군요."
 미츠에 수녀는 "딱히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그냥 어울려 살면서 그리스도의 형제애를 통해 사랑을 증거하는 것만으로도 반목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ㆍ일 관계를 염려하는 수녀들의 기도 주제는 `속죄와 화해`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총리의 신사참배 등으로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항상 속죄와 화해가 수녀들의 기도 지향이 된다. 한ㆍ일 관계가 조금 나아지고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수녀님들 기도 덕분이 아닐까.


 
▲ 수녀원 성당 감실 앞에서 성체조배를 하는 수녀들.
도움이신 마리아 수녀회 회원들은 복음이 세상 끝까지 전파되길 기도하며 선교를 위해 매일 30분~1시간씩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마리아만큼 큰 도움을 주시는 분은 없다. 수녀회는 이름 그대로 이러한 도움이신 마리아를 본받아 구원사업에 응답하고 있다. 결핵 요양소를 닫고 정신지체장애인 요양시설을 열거나, 학교 사도직을 그만두고 여자기숙사를 만들고, 휴양시설을 피정의 집으로 바꾸는 등 특별히 고유 사도직을 갖지 않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본당 사도직과 피정 사도직을 통해 하느님 은총을 주위 사람들과 영성으로 나누고 있다. 수녀원 내에 있는 피정의 집은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거나 삶에 지친 신자들이 언제든 찾아가 편하게 쉬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녀들은 영적 치유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서 개인 피정과 소그룹 피정을 열고 있다.
 피정사도직 담당 임태숙(마리 수산나) 수녀는 "하느님과의 영적 만남과 재충전을 원하는 분들이 명절이나 휴가 때 와서 며칠씩 머물다 간다"며 "피정을 들어올 때 모습과 나갈 때 모습이 변화되는 것을 보면 수녀들도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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