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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3) 이성효 주교님의 방문

단비와 함께 오신 주교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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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비가 오지 않습니다. 사흘에 한 번은 어김없이 내리던 비가 나흘이 지나도, 닷새가 지나도 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계속 비가 오지 않으면 이번에 방문하시는 이성효 총대리 주교님과 송병선 관리국장 신부님에게 아강그리알의 진정한 오프로드를 경험시켜드릴 수가 없는데요. 하지만 정말 이상하리만치 비가 오지 않습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6월 6일 아침, 8시에 나이로비를 떠나 룸벡으로 오는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비행이 취소된 것은 아닌데 출발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나이로비에 있는 서동조 신부가 애를 태웁니다. 주교님 일행의 방문이 시작부터 불안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너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프리카의 참맛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다행히 비행기는 두 시간이 지난 10시경 나이로비를 떠났고 룸벡에는 오후 두 시가 넘어 도착했습니다. 조금 늦게 이륙한 것 외에 다른 문제는 없어서 천만다행입니다. 올해 들어 비행기가 제날 제대로 오는 일이 드물었는데 주교님이 오신다고 신경 좀 썼나봅니다.

룸벡에 도착한 주교님 일행을 모시고 먼저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교구청으로 향했습니다. 교구 총대리인 콜롬보 신부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다음 행선지인 로레토 여자 고등학교에 들러 남수단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를 둘러보았습니다. 다음 코스는 쉐벳까지의 빨래판 도로입니다. 이 길을 지나가면서 송 신부님은 의도적으로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몇 차례나 하셨습니다. 운전을 담당한 한만삼 신부가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도로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았을 뿐이고 절대 의도적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쉐벳에 잠시 들러 새로 지은 사제관과 앞으로 짓게 될 성전 터를 둘러보시고 아강그리알로 들어갑니다. 아강그리알로 들어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은 덕분에 진창에 빠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사실 주교님 방문 기념 특별 이벤트로 아강그리알 근처에서 진창에 빠지려는 계획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땅이 너무 말라 있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아강그리알에 도착하니 마을 사람들이 주교님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 있습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커다란 플래카드도 펼쳐 들고 노래와 춤으로 주교님을 맞이합니다. 따뜻한 마을사람들의 환영에 주교님도 부드러운 미소로 답해주셨고 기도와 강복으로 환영식을 마쳤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은 주교님이 아강그리알에 무사히 도착하신 다음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잠깐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 다음날 오후까지 오랜 시간 내린 큰 비였습니다. 농사철인 지금 꼭 필요한 비가 내린 것이지요. 사람들이 말합니다. 주교님이 오시자 하느님께서 선물로 비를 내리셨다고. 단비와 함께 오신 주교님 환영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이성효 주교를 환영하는 아강그리알 사람들.
 
 
※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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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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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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