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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5) 성당에 맡기고 간 짐

좋은 마음으로 도와 주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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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쉐벳성당 앞 광장에는 유엔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평화유지군, 쉐벳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온 것이지요. 얼마 전 쉐벳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파고르 마을 사람들과 쉐벳 마을 사람들의 총격전으로 스무 명가량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두 마을 사람들이 원래부터 적대관계에 있던 것은 아니었고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정말 안타까운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파고르 마을 출신의 열 살 남짓한 두 아이가 놀던 중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배를 걷어차인 아이가 죽게 됐죠. 두 아이의 가족들은 재판을 통해 이 사건을 해결했고 별일 없이 마무리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아이의 고모가 죽인 아이의 형제를 길에서 만났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 싸움에는 고모의 남편이 엮이게 됐는데 이것이 이번 비극의 시작이 됐습니다. 이 남편이 엮이기 전까지는 파고르 마을 사람들만의 문제였는데 이 남편은 쉐벳 마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에서 남편측 사람 하나가 큰 부상을 입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파고르 사람을 칼로 찔렀습니다. 둘은 룸벡 병원으로 이송이 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일은 마을 간 싸움이 됐고, 무장을 한 파고르 사람들이 쉐벳을 공격했고 쉐벳 사람들도 무장을 하고 저항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무 명가량의 희생자를 남기고 싸움은 끝이 났지요. 그런데 이번 싸움은 저에게 골칫거리를 남겼습니다. 이 난리 속에 성당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떠나 피신하면서 자신들의 짐을 성당에 맡겼습니다. 매트리스, 옷가방, 주방용품 등이었지요. 저는 좋은 마음으로 짐을 보관할 장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저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성당 마당에 침대를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며칠 동안 마당에 놓여있던 침대 중 두 개가 사라졌습니다. 당연히 주인이 가져갔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누군가 들어와 침대를 훔쳐간 것이었습니다.

침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상기된 모습으로 저를 찾아와 침대가 없어졌다며 하소연을 하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인지도 모르는 침대를 그것도 안전한 실내가 아니라 누구나 지나다닐 수 있는 마당에 놓고 간 침대가 없어졌다고 저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그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침대는 찾았습니다. 훔쳐간 것을 되팔려고 시장에 내어놓은 것을 발견한 것이지요. 문제는 다행히 해결됐지만 제게는 하나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었더니 봇짐 내놓으라한다는 말처럼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려 했던 제게 억지를 부리는 그들을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나’하는 고민입니다.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겠지요. 그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는 또 다른 경험들이 알려주리라 생각합니다.



 
▲ 파고르 마을 사람들과 쉐벳 마을 사람들의 총격전으로 인해 성당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떠나 피신하면서 자신들의 짐을 성당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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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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