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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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6. 룸벡교구 청년대회 (1)-‘머나먼 여정’

험난한 여정 통해 주님 은총·사랑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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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교구 행사인 청년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400km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다.
사진은 룸벡교구 청년대회.
 

성탄이 가까워지자 작년에 시작된 유일한 교구 행사인 청년대회 준비로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룸벡에서 개최된 작년 첫 대회가 교구 내 17개 미션의 전원 참석이라는 예상 외의 뜨거운 호응으로 성황리에 마쳐진 것에 주교님과 사제단은 고무되었고 올해는 고딤이라는 미션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미션에서 근 400킬로에 이른다는 어렴풋한 이야기만 들었지, 어떻게 가는 길도 몰랐고, 얼마나 먼 거리인지 감도 오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리보다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전세버스라는 것은 구경도 할 수 없고, 작년에 처음 운행을 시작한 조그만 봉고 미니버스의 대여비도 엄청났을 뿐만 아니라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 맡기고 할 수 있는 방법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다지고는 하느님께서 하시고자 하신다면 안 될 것이 없음을 믿었습니다.

준비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사용가능한 자동차는 작년에 구입한 스무 살 먹은 조그만 4톤 덤프 트럭 한 대와 5인승 트럭밖에 없었습니다. 청년들 또한 신부들의 마음을 몰라주고 장거리 여행과 청년대회 참석이라는 꿈에 부풀어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을 30명으로 제한해서 간신히 진정시키고 나니 우기 동안 망가진 덤프 트럭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꼼짝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수단에서는 구할 수 있는 부품이 하나도 없었기에 케냐 나이로비에 동동거리며 연락을 해서 어렵게 부품을 구해 비행기로 공수했고, 케냐 정비사를 모셔와 며칠을 수리한 끝에 정말 기적적으로 출발 당일 수리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수리를 마치자마자 청년들을 태워 출발했습니다. 정말 콩나물시루처럼 쪼그리고 앉은 청년들은 그래도 신났는지 깃발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숲속을 나와 융단폭격이 쏟아진 것 같은 웅덩이들이 즐비한 길을 달리기 시작하자 노랫소리는 단발마의 비명소리로 바뀌었습니다. 트럭이 흔들리고 덜컹거릴 때마다 이리저리 출렁였고, 화물차가 지나갈 때면 머리에 하얗게 먼지를 써가며 콜록거리면서도 청년대회에 참석한다는 기쁨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참아내는 청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여정에 함께해 주시고 성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간청한 출발이었지만 고딤은 멀고도 먼 길이었습니다. 100킬로미터 떨어진 이웃본당 톤즈에서 하룻밤을 묵고 그 다음날 아침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마구간으로 달려가는 목동들처럼, 별을 따라가는 동방박사들처럼, 빈 무덤을 향해 달리는 베드로와 요한처럼,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제게도 이처럼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평원이자 비포장 길을 달려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아랍어를 쓰는 과거 북수단 지역이었던 와우를 지나 철길과 철교가 끊어지고 부서진 내전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는 아윌을 지나자 해가 기울기 시작했고 땅거미가 깔릴 무렵에서야 춤과 노래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고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먼지와 피로를 잔뜩 뒤집어썼던 아이들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과 감사의 기도를 했습니다. 당신의 은총으로 안전하게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지켜주심을 말이죠. 준비과정과 여정은 모험이고 위기였지만, 그 모든 것을 마련해주고 함께해주시며 지켜주신 당신의 은총과 사랑을 체험했음이 더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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