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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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8. 룸벡교구 청년대회(3·끝)-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주님 말씀·사랑으로 구원의 기쁜 소식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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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미사를 봉헌하면서 제단에 선 몇몇의 교구 사제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원주민 출신의 딩카 신부는 한명도 없고 다들 케냐와 우간다,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제들과 이태리인 주교님과 교황대사님이 전부였습니다. 아마 하느님 나라도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언어와 풍습과 문화가 다르지만 ‘그리스도’와 함께 일치하는 사랑의 공동체, 그분의 말씀과 성체 안에 일치하는 공동체로서 말이죠.

이번 청년대회의 기념비적인 행사는 교황대사님의 강론 후에 혼인성사를 거행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딩카 유목민의 강한 풍습인 일부다처제는 교회의 혼인성사를 거부하게끔 하였고, 여러 노력을 통해서 혼인성사를 강조했지만, 교회의 일부일처는 그들에겐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렵사리 준비한 검은 양복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랑과 신부가 들러리들과 함께 입장하고 대사님의 주례로 서로 사랑의 서약을 하며 혼인반지를 끼우고 둘이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하자, 행사장은 갑자기 환호와 춤과 노래가 넘쳐나는 잔치마당이 되었습니다. 한바탕 신나게 시작한 춤은 20분이 지나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자 대사님은 이곳이 바로 카나의 혼인잔치라고 기쁨에 겨워 외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대회 때 10쌍이 혼인성사를 받는다면 내년에 또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 인륜지대사인 혼인잔치에 예수님께서 함께하셨고 그곳에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셨던 장소,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을 통해 그저 흘러 사라지는 물을 아주 특별한 성분의 전혀 다른 존재로 바꾸어 놓으시듯 이 행사에 참가한 청년들이 당신의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는 당신의 제자로 바꾸어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기적은 아주 서서히 이루어지겠지만, 오늘의 체험을 통해 분명 새로운 은총과 메시지를 받았으리라 느껴졌습니다.

미사 후 5인승 트럭으로 수녀님과 여자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오는 자동차가 한동안 좋은 길을 달리자 아이들은 몇시간 동안 성가를 줄기차게 불렀습니다. 그러다 레지나가 혼자 노래를 불렀는데 아무도 따라 부르지 않는걸 보니 새 노래인 듯 했습니다. 못 알아듣는 노래였지만, 파더 죤, 알렉스…하면서 신부들 이름이 들리자 이 노래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신부님들이 오셔서 하느님께 가는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셔서 고맙다는 노래였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 껄껄 웃었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뭐랄까요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응답의 선물 같았습니다. 응답이 없던 메아리 같았지만 아이들은 그동안 저희들이 한 이야기들과 가르침들을 새겨듣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수단에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가시덩굴이고 때로는 뜨거운 모래사막이며 수없이 용기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발걸음이 아름다운 이유를 헤아렸습니다. 진리와 사랑을 전하는 열정과 노력은 그가 전달하려는 진리와 사랑 그 자체로 인해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명령하십니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쉬운 곳, 얕은 곳이 아니라 너희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곳 그곳에서 그물을 던져야 당신의 은총으로 고기를 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저희를 수단이라는 아주 깊은 물속으로 보내셨습니다. 바닥도 보이지 않고, 잡힐 수 있는 물고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그물을 던지라 하시니 던질 뿐입니다. 주님의 말씀과 사랑으로 구원의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눌 사람들을, 부르심에 응답하는 젊은이들을 낚아 하느님께 인도하는 사명으로 말입니다.


 
▲ 룸벡교구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행사에 임하고 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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