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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2. 딩카 새 신부 ‘죤 마티앙’

딩카부족에게 떨어진 밀알 하나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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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다려온 룸벡교구의 경사인 교구 사제 서품식을 앞두고 교구의 사제단과 신자들은 기쁨과 기대로 술렁이며 서품식을 준비해 갔습니다. 서품가뭄을 10년 동안 앓아 온데다 50여 년 만에 탄생하는 딩카부족 현지신부의 탄생이 더 큰 경사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톤즈에서는 이태석 신부님의 브라더 밴드가 축하 연주를 위해 120㎞의 멀고 힘든 길을 마다않고 찾아왔고 아강그리알에서도 20여 명의 청년들을 서품식에 참가시키기 위해 트럭을 몰고 우기의 물웅덩이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해 나와 미리 예약한 미니버스에 태워 룸벡으로 행했습니다.

작년 로마에서 유학을 마치고 세 명의 대신학생이 돌아왔지만 한 명은 바로 결혼했고, 한명은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의 신학생이 남아 로마에서 부제품을 받고 돌아와 교구에서 서품을 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서품식은 룸벡 콤보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30여 명의 교구 신부들이 모여 정성껏 봉헌되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품식 입장행렬 앞에서 살아있는 송아지의 목을 잘라 선혈이 낭자하는 송아지를 건너서 입장을 해야 했습니다. 정결례와 통과의례로서의 딩카 풍습이었지만 놀랍고 생소했습니다.

서품식은 은총 속에 거행되었고 새 사제를 얻은 축제요, 기쁨으로 충만한 잔치이기도 했습니다. 죤 신부의 약력을 소개하는 시간에 그의 파란만장한 성소의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수단 내전기간 동안 소년병으로 끌려갔지만 걸어서 세달 동안 도망쳐 에티오피아의 난민캠프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세례를 받게 됩니다. 죤의 아버지는 수단 내전기간 난민캠프에서 돌아가셨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꿋꿋이 생활하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체험하고 사제성소를 받게 됩니다. 룸벡교구에서 신학생으로 받아주어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고, 로마 대신학교로 보내졌지만 어머니 또한 로마유학 중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는 홀로 남았지만 주님의 부르심에 끝까지 응답했고 결국 감동적인 사제로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의 서품을 보면서 한국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생각이 났습니다. 파리 외방 선교회 사제들은 현지신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서둘러 사제양성에 힘을 쏟아 발탁된 세 명의 어린 신학생. 온갖 어려움들을 딛고 한국인 첫 사제가 되어 고국 땅에 돌아왔지만 일 년도 채 못 되어 받아야 했던 순교의 칼날을 마다하지 않아 한국 사제들의 수호성인이 되시어 한국의 사제성소의 밀알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태어난 죤 마티앙도 딩카부족에게 희망이요, 등불이 되어 사제성소에 좋은 본보기요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도하며 서품식에 함께했습니다. 모두가 자기 가족들의 일처럼 좋아하며 춤을 추는 축제의 현장을 나오며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선 죽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헤아렸습니다.

사제로 산다는 것, 예수님처럼 자신을 십자가 제사상에 올리는 봉헌의 삶을 통해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썩어가는 밀알이 되는 길임을 헤아렸습니다. 주님, 당신이 부르시고 이끄시어 세상에 뛰어든 모든 사제들을 사랑으로 돌보소서.


 
▲ 한만삼 신부(왼쪽)와 이승준 신부(오른쪽)가 50여 년만에 탄생한 딩카부족 죤 마티앙 신부의 사제 서품을 축하하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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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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