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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수단을 다녀와서

가난 속 ‘행복’이란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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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겨울, 난 ‘눈’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아프리카의 수단이란 곳을 다녀왔다. 생전 처음 모국을 떠나 밟아보는 다른 세계와의 극적인 만남. 그 첫 목적지가 바로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이었다.

거대한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땅이 넓은 ‘수단’이라는 나라. 그곳을 나와 한명의 신학생(고성은 요한사도) 단 둘이 부제실습 및 선교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다녀오게 된 것이다.

떠나기 전, 수단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곤 ‘열악하고 빈곤한 나라’라는 타이틀 정도. 그마저도 매스컴이라는 한정된 정보를 통해 전해 듣고 보았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한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을 떠올리며 수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처음 우리를 반겨준 것은 그곳에 계신 신부님이 아닌 찜통 같은 더위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힐 듯한 더위는 찜질방의 불가마로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열기와 흡사한 느낌이었다. ‘도착한 날은 그나마 선선한 날씨였다’라는 마중 나오신 한만삼 신부님의 말씀은 수단에서 첫 번째로 가진 놀라움이었다.

이곳 한낮의 평균기온은 47~48도에 육박한다. 다행히 그늘로 들어가면 그나마 선선하다. 그늘의 온도가 38~40도, 하지만 일교차가 커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이러한 날씨와의 대면을 시작으로 수단과의 로맨스는 시작되었다.

수단에 가면 깜짝 놀랄만한 점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놀라는 것은 앞서 말한 지독한 무더위였고, 두 번째로는 그들의 모습이다. ‘딩카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종족이다. 남자 어른의 평균 신장이 180cm, 여자도 170cm 이상 된다.

하지만 수단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은 그들의 생활 모습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보고 듣던 내용은 한정된 것이었음을 이곳에 와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의 삶의 모습이 우리보다 가난하고 열악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보았던 그들의 모습은 열악한 환경요인으로 인해 신음하는 모습이 아닌, 그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사탕 하나에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아이들의 미소 속에서, 낡고 허름해진 신발을 애지중지하며 성당 오는 날만 조심스레 신고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과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이 다른 것임을 느끼며 나는 지금껏 풍요로움이라는 틀 안에서 ‘얼마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었던가’ ‘그것이 행복임을 왜 보지 못했는가’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수단에서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우리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나는 ‘말록’으로, 고 신학생은 ‘메이암톤’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말록’은 ‘적갈색소’, ‘메이암톤’은 ‘머리가 하얀 소’란 뜻이다. 이곳 사람들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그들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재산이자 부의 상징인 소와 연관된다고 한다. 결혼을 하기 위해 남자는 여자 가족에게 소를 지급해야 여자를 데려올 수 있다. 이때 제일 앞에 선 소의 색깔을 따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지어줬다는 것은 우리를 그들의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미사 드리며, 먹고 마시고 일하며 나눴던 정은 서로의 가슴을 물들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수단을 떠나는 날,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짧지만 진했던 수단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들이 사랑과 정성을 담아 전해준 편지엔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는 듯하다.

** 이번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는 전현수 신부의 부제실습(2009년 12월 19일~2010년 2월 3일) ‘아프리카 수단을 다녀와서’로 대신합니다.
 

 
▲ 왼쪽부터 고성은 신학생, 이승준 신부, 한만삼 신부, 전현수 신부.
 
 
전현수 신부(분당요한본당 보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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