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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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5. 삼고초려 ‘피터 공’

숲속마을서 미사 “충격·감동 아직도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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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건 아강그리알에 온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입니다. 새로운 신부들이 왔다는 소식에 거의 매일같이 교리교사들이 찾아왔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전 신부님이 남겨준 지도를 참고해서 관할지역을 그린 다음 세 구역으로 나누어 각 구역별로 교리교사를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검은색 피부에 익숙지 않았던 우리들은 아직도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지 못할 때였습니다. 그때 저의 담당구역인 데벨 와도라는 마을에서 피터 공이라는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건기의 무더운 날씨에 땀에 흠뻑 젖어 찾아온 피터는 반갑게 인사를 하곤 선뜻 자기 공소에 꼭 방문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초대였습니다.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뭐 사람 사는 곳이고 신자들이 있다는데 못갈 이유가 없었기에 방문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공소방문을 위해 오토바이를 새로 장만했습니다.

어느 날 묵은 창고와 숙소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 피터가 찾아왔습니다. “신부님 가시죠.” 지금 창고 정리하느라 너무 바쁘니 다음기회에 가자고 하자 제가 정말 바빠 보였는지 군소리 없이 돌아갔습니다.

다음에는 쉐벳 공소로 미사를 간 날 찾아왔다가 빈 걸음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에 찾아온 날은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첫 컨테이너가 도착한 날이었습니다.

“피터, 미안하지만 내가 정말 너무너무 바쁘니 다음기회에 가자.” “신부님 이제는 저도 공동체에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모두가 분주한 상황 속에서 혼자 공소방문을 갈 수도 없어 ‘다음 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가마’하고 간신히 구슬린 다음에서야 돌아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삼고초려’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신부를 공소로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피터 공의 마음과 정성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찾아온 피터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출발했습니다. 뒤에서 길안내를 하던 피터 공을 태우고 길을 가다 깜짝 놀랐습니다. 미로 같은 오솔길을 한 시간을 달려서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고 길도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데벨 와도는 신석기 시대의 오두막 같은 초막들이 드문드문 솟아오른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제가 도착을 했다는 신호로 북을 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곤 저를 정말 신기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숲속의 마을 공동체를 처음 만났고 미사를 올렸습니다. 그날의 충격과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아강그리알로 돌아와 피터에게 시원한 음료수와 비스킷을 주었습니다. ‘고맙다. 고생 많았구나.’ 그 친구는 잠시 자리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공소에 방문해 달라고 세 번씩이나 찾아온 교리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일 년 후 그를 사제관 곁에 두고 함께 공소방문을 다니거나 일을 함께했습니다. 선교사제 곁에서 신자들과의 오해를 풀어 이해시켜주고 신부들의 입장을 설득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소신껏 답해 주었습니다. 그는 나를 세 번이나 찾아온 ‘제갈량’이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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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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