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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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6. Omnibus Omnia!

잘린 혀 봉합수술 감행 “식은 땀이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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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작업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나를 ‘죠셉’이라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붙잡았습니다. 운동장에서 한 소년이 입에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신부님에게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운 눈빛으로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소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입을 벌리고 혀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축구를 하다가 부딪치면서 이로 물었는지 혀의 왼쪽 중간 부분이 2cm 정도 잘려져 있었습니다. 피가 계속 나와서 침을 뱉고 있었지만 울지도 않고 아프다고 신음하지도 않는 모습에 딩카부족의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상처를 보자 응급으로 봉합수술을 해야 함을 알았지만 룸벡병원으로 간다는 것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서울로 보내는 것과 같은 현실임을 알기에 망설여졌습니다. 결핵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에게 데려가 상처를 보여주며 혹시 봉합수술을 할 수 있겠냐고, 할 수만 있다면 바늘과 도구를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펄쩍 뛰면서 자기는 할 수 없다고 한사코 고사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날도 저물고 있어 하는 수 없이 수술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비위생적 환경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의사가 없으니 의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수단에 파견되기 전에 응급실에서 세달 동안 지켜보았던 봉합처치를 이제 처음 실전에서 해야만 하는 현실이었으니까요.

돌에 맞은 머리나 찢어진 다리는 봉합스테플러로 치료를 해왔지만 잘려진 혀는 처음이었습니다. 혈관을 피해 국소마취를 하고 기억을 더듬어 식은땀을 흘리며 침착하게 봉합을 했습니다. 소년은 마취가 조금 안되었는지 마지막 부분에서 움찔하긴 했지만 얌전히 처치를 견디어 주었습니다.

옆에서 불빛을 비추며 도와주던 정지용 신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지만 이제는 이런 상처들을 마주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다행이다, 그래도 잘 참아주어서 고맙구나. 항생제를 챙겨주고 내일 다시 오라고 했지만 그 후 소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건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어머니들이 강해지는 이유는 아기들을 돌보고 사랑하려는 모성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에 도피하지 않고 대응하기 때문임도 헤아렸습니다. 아프리카의 현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수단에서도 의사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하더라도 형편없고 열악한 현실 때문에 도시만 머물 뿐 가난한 오지에 의사선생님이 들어온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겠지요.

선교사제가 되어 수단에 오니 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부분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들에게 ‘신부님’이라는 존재는 ‘당연히’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와 있는 사람들을 의미했습니다. 그렇게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도움만을 기대하고 의존하는 이들에게 ‘영적인’ 깨달음을 일깨워주며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은 멀고 넓은 강과 벽을 바라보는 느낌이지만 세상 속으로 들어오신 예수님께서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당신의 연민으로 사랑하셨는지를 헤아리는 것은 샘솟는 물을 마시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참된 사랑을 하기 위해선 강한 바오로 사도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기 위해선 모든 상황을 견디어내야 합니다.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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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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