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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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3) 소중한 빛

2주 동안의 ‘암흑’ 아강그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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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월요일 오후 먼 하늘에서 번쩍번쩍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어제도 번개와 천둥이 쳤지만 우리 마을에는 비를 뿌리지 않고 지나갔기에 오늘은 비가 조금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비도 오고 시원한 바람도 불고, 이런 날은 ‘살맛 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수단 기온이 평소에도 이 정도만 된다면 꽤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점점 크게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신경이 쓰입니다. 방 안에서 한참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온 천둥소리에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플러그를 뽑았습니다. 어지간하면 그러지 않는데, 이번 천둥소리는 겁이 날 정도로 소리가 컸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번개가 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왠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잠시 후, ‘쿠쿠쿵!’하며 심장이 떨릴 만큼 큰소리가 들리더니 순간 불이 꺼졌습니다. 이미 해는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고 방 안은 암흑으로 뒤덮였습니다. ‘차단기가 내려갔나?’ 생각하며 문을 열고 나가보았습니다. 그때 한 신부님은 벌써 우의를 입고 태양광 발전 장치가 있는 방으로 향하고 계셨습니다. 저와 표 신부도 그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방에 들어가 태양광 장치들을 살펴보니 한 기계가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인버터 차져라는 장치였습니다. 퓨즈 정도 나갔으려니 하며 기계를 뜯어보았는데, 퓨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왠지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아 내일 다시 확인해보기로 하고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고장난 장치를 분해하고 어디가 문제인지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나이로비로 들고 나가 고쳐 오기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수요일 아침 부랴부랴 짐을 싸고 나이로비로 떠났습니다. 나이로비로 나가 그곳에 머물고 계신 두 신부님과 함께 고장난 장치를 서비스 센터에 맡기고 수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흐르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여러 차례 연락을 해보지만 테스트 중이라는 말 외에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다가 몇 주가 걸릴지도 모르겠다 싶어 논의 끝에 새것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케냐 사람들의 일처리 방식 -뽈레뽈레(천천히), 하쿠나마타타(문제없음)- 때문에 속이 여러 번 뒤집혔지만, 마침내 새 인버터 차져를 가지고 수단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번개가 내리치고 정확히 2주 만에 아강그리알에 ‘빛’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2주 동안 어둠 속에서 지내야 했던 것이죠. 한국에서는 한두 시간 전기가 나가는 것도 참기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2주든 한 달이든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지 못하면 살 수 없습니다.

아무튼 ‘빛’이 다시 돌아왔고, 이제 그 ‘빛’을 더 소중하게 아끼며 사용하려 합니다.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꼭 잃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이 아둔한 인간의 모습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 (사진 김민경 (수원교구 해외선교부 평신도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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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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