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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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청소년 신앙생활 진단<중> 사목자가 생각하는 주일학교 위기 탈출 방안

주일학교 침체 아닌 위기 상황 손님 취급 청소년 설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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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미사의 주인공은? 당연히 청소년이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들은 제대 앞 서너 줄에만 앉아 있고, 나머지 좌석은 어른들이 채우고 있는 풍경이 익숙하다.
 많은 이들이 "교회에 청소년이 없다"며 걱정하지만 그 말 속에서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청소년 신앙생활 진단` 기획 시리즈 두 번째로 사제ㆍ교리교사ㆍ연구자 등 청소년 사목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주일학교 위기 원인과 그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성당에서 아이들은 손님?

의견을 밝힌 사제ㆍ교리교사ㆍ연구자들은 주일학교가 침체 정도가 아니라 위기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에 대한 이들의 진단과 분석은 다양했다. 하지만 "위기 책임이 청소년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21년째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하고 있는 조훈(요한 사도, 서울 마장동본당)씨는 "성당이 `어른들만의 공간`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른들은 불량기 있는 학생들이 성당에 오면 혹시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런 분위기를 금세 눈치챕니다. 어른들의 잣대가 성당에 오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쫓아내고 있는 셈이죠. 방황하는 아이들일수록 우리가 포용해야 하고, 또 그런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통해 변화되면 좋은 것 아닌가요?"
 그는 "청소년이 `손님` 취급 당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며 청소년 전용 공간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이들이 성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 시끄럽다고 무조건 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성당은 나를 받아주는 곳, 내가 주인인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신앙생활에 재미를 붙일 겁니다."
 

**사목자와 부모들은 애정 보여주고

 "청소년들이 가진 역량을 존중하고 믿어줘야 합니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청소년학을 전공 중인 서울대교구 최재영 신부는 기성세대가 청소년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만 생각하기에 어떤 일을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을 사목 `대상`이 아닌 `협력자`로 바라보고 이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무한한 창의력과 역량을 지닌 존재입니다. 설사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 사목자들은 청소년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그는 청소년들 참여는 단순한 역할 분담 차원을 넘어 그들이 맡은 역할에 대해 스스로 기획하고 수행한 뒤, 평가를 통해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ㆍ고등부 학생들은 초등부 때처럼 부모님 말을 듣고 성당에 나오지 않는다"며 "그들 스스로 신앙생활의 의미를 찾지 못할 경우 성당은 그저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성당에 흥미를 잃는 이유로 "전례가 지루하다"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원교구 청소년국장 이건복 신부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을 데려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간식 등 물질 공세를 펴거나, 학생들 흥미를 끌기 위해 성당 안에 PC방을 만드는 등의 방법은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아이들은 또래집단이나 교리교사들 속에서 친밀감 내지 신뢰감을 느끼면 자발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수원교구 청소년비전50위원회 세미나 팀장을 맡고 있는 정준교(스테파노)씨는 청소년에 대한 사목자들의 몰이해를 지적했다.
 "사목자들은 자신도 청소년기를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인종`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알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그는 지난 2월 발표된 수원교구 청소년 시노두스 실현 평가보고서에 나타난 인식차를 예로 들었다. `청소년 미사의 강론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하는 설문 문항에 신부ㆍ수녀ㆍ사목위원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한 반면, 청소년들과 교리교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많았다.
 정씨는 "청소년 미사에서조차 이들을 위한 배려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전례 근본을 바꿀 수는 없지만 강론은 사제가 얼마든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차장 박범석 신부 역시 아이들 시선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엄숙한 교회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도 유치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사목 프로그램에 접목하면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을까요?"

**청소년 사목 대상에 학부모 넣어야
 
 사목 관계자들은 또 신앙교육과 주일학교에 대한 부모들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복 신부는 "요즘 부모들은 신앙생활이 유익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급한 마음에 성당 대신 학원에 보낸다"며 "부모들이 자신의 신앙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세속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교구 차원에서 부모의 의식 전환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리교사 조훈씨는 "시험기간이면 아이들이 반 이상 줄어드는 것은 더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요즘은 방학 때 여름캠프 등 교회활동에 참여하는 것마저 공부하는 시간을 뺏긴다고 말리는 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범석 신부도 주일학교에 대한 부모들 관심을 강조하며 대림동본당 보좌신부 시절의 경험을 들려줬다. 부임 당시 침체돼 있던 주일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자모회 활성화였다. 그는 자모회와 주일학교 학생들이 함께 봉헌초를 만들어 수익금으로 주일학교 간식비를 마련하도록 했다. 또 학부모를 모으기 위해 자녀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주제로 하는 문화교실을 정기적으로 열었다. 그 결과 자모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쩍 늘었다.
 그는 "어머니들의 관심과 격려는 그 다음 해 훌쩍 높아진 주일학교 출석률로 나타났다"며 "사실상 학부모도 청소년 사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 청소년 사목 관계자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재미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제대 앞에서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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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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