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4) 탄생과 죽음

희비가 교차한 남수단의 7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털털털털….”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와 한 신부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강그리알의 아침입니다.

마당 한쪽에서는 세차를 하고, 망고나무 밑에서는 오토바이 타이어를 수리중입니다. 또 천막 창고 아래에서는 예초기를 정비하고 있고요. 지난 두 주 동안 이곳에는 특별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어제로 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고,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먼저 전해드릴 사건은 남수단의 독립입니다. 193번째 새로운 국가가 탄생한 역사적인 사건이지요. 2011년 7월 9일, 그 역사적인 순간을 바로 그 나라 남수단에서 맞이했습니다. 각 지역의 중심이 되는 마을에서는 이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희 본당 구역 안에서는 쉐벳과 아강그리알 두 곳에서 행사가 있었습니다. 한 신부님을 비롯한 저희는 아강그리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지요.

독립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학교마당에는 어른부터 아이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날의 행사는 한 신부님의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새로 만들어진 남수단 국기가 게양되었고, 한 꼬마 아이의 선창으로 남수단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계속해서 기관장들과 마을 유지들의 연설이 이어졌고, 공식 행사가 끝난 다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춤추고 노래하며 새 국가의 탄생을 기뻐했습니다.

제 눈으로 본 국기 게양식과 국가 제창 등 행사의 진행은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새 국가는 오늘 이렇게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다음으로 전해드릴 사건은 룸벡 교구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준 사건입니다. 남수단이 독립을 한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7월 16일 토요일 아침, 룸벡 교구의 교구장이신 마쫄라리(Caesar Mazzolari) 주교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주교님의 선종 소식을 듣자마자 저희는 룸벡으로 달렸습니다. 룸벡의 주교관 앞에는 이미 많은 신자들이 조문을 하기 위해 모여와 있었습니다. 주교님은 당신이 지내시던 방 안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저희는 허름하고 작은 방 안에 조용히 누워계신 주교님을 바라보며 기도를 드렸고, 특히 주교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 한 신부님은 주교님 옆에 고개를 묻고 눈물을 펑펑 흘리셨습니다.

일흔넷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운전도 손수 하셨던 주교님이셨습니다. 그런 분이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돌아가신 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아침 일찍 성당에 나오셔서 기도를 하셨고 신부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성찬의 전례 시간에 성체 강복을 하시다가 의자에 풀썩 주저앉으셨고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옮겨지신 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주교님은 이틀이 지난 월요일, 성당 안 제대 옆에 안치되셨고, 목요일에는 장례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가난한 교구를 위한 사랑과 열정으로 살아오신 마쫄라리 주교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 (사진 김민경(수원교구 해외선교부 평신도 봉사자))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7-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2

예레 29장 12절
나에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 기도를 들어 주고, 내가 너희를 쫓아 보낸 모든 땅에서 너희를 다시 데려오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