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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17) 아프리카 사람의 천성

남수단과 케냐 사람은 생각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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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참 쉬운 일이 없네요. 2주 정도 계획하고 나온 케냐 생활이 무려 두 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나이로비에서 남수단으로 떠나시는 봉사자들을 배웅해드렸는데, 이분들을 다시 나이로비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강그리알을 떠나던 날 아이들에게 “그동안 고마웠어. 먼 훗날 다시 만나자!”라고 했던 말이 씨가 됐나 봅니다. 두 달이나 떠나 있게 되다니….

제게 주어진 임무 중 세 번째 임무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남수단 주바에 있는 담당 신부가 지난주에는 에티오피아에 다녀왔다는군요. 그래서 연락이 안 되는 답답한 상태로 한 주가 지나버렸습니다. 그래도 다시 연락이 되었으니, ‘이번 주에는 나오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케냐에서의 삶은 나름 괜찮습니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1년하고도 4개월을 지낸 곳이어서 많은 것들이 익숙합니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계산대 앞에서 동작이 느린 계산원 덕에 이삼십 분 기다리는 것도 익숙하고, 자신의 가게에 온 손님에게 별 흥미를 갖지 않는 직원에게 다가가 ‘제발 좀 내가 원하는 것을 주세요’라고 부탁하듯 말하는 것도 익숙합니다. 손님은 왕이 아니고 구걸하러 온 거지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지만 익숙합니다. 물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요.

다만 아쉬운 것은 이들이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이유입니다. 아프리카 사람의 천성이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어서 시간의 변화가 느껴지고 추운 겨울을 지낼 식량과 두꺼운 옷과 따뜻한 집을 마련해야 한다면 좀 더 열심히 일하고 계획성 있게 저축도 하고 할 텐데, 이곳은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기후가 있지만 대체로 일관된 기온과 환경 속에 살기에 시간의 변화도, 또 계절의 변화에 따른 느낌도 적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도로의 운전자들, 특히 마타투(소형버스) 운전자를 보면 무언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도로변에서 자기 버스에 사람을 하나라도 더 태우려고 큰 소리로 외쳐대고, 서로 먼저 가려고 자동차 앞머리를 들이대고, 차선 위반은 당연하고, 도로도 모자라 인도 위로 달리고, 양보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가진 듯 배려 없이 운전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지옥 같은 교통 체증을 어떻게든 뚫고 빨리 가야 하니까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버니까요.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또는 지나치게 일을 합니다만, 상점에 고용되어 적절치 못한 보수를 받는 사람들은 시간만 때우면 돈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일에 소홀한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현재 케냐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그런데 남수단에서는 또 다릅니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에서 온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고국의 가족에게 보냅니다. 반면에 남수단 사람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과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일이 저희가 해야 될 일이겠죠. 또 시도하고 실패하는 일이 계속 된다면 그 안에서 길이 보이리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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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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