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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15) 대림절(待臨節)과 성탄찰고(聖誕察考)

평소 신앙생활 점검하며 예수 오심 준비/ 옛 선조, 기도하고 신앙 돌아보며 성탄 의미 되새겨/ 성모·성 요셉 가정 모범 따라 기도 공동체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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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Christmas)!

생각만 해도 기쁘고 행복한 축제일이다. 최근 뉴스에 구세군 냄비에 1억1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흰 봉투에 넣어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쓰이길 바란다고 익명의 기부를 한 사실이 보도됐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아직도 등불 같은 사랑의 손길은 따뜻한 온기를 갖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 세상은 이런 사람들로 인해서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 된다.

온 인류의 사랑과 빛으로 태어나신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리는 4주간의 기간을 대림절이라 부른다. 한국 초기 전례서인 「주년첨례(週年瞻禮)」에 보면 대림절에는 성탄찰고(聖誕察考)를 하며 이를 합격한 사람만이 판공성사(判功聖事)를 볼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사목자가 교우들의 교리지식을 확인하는 일종의 시험인 찰고(察考)는 세례를 받으려는 예비신자와 판공성사를 받고자 하는 교우가 대상이다. 성탄찰고는 일종의 교리문답 시험과 평소 기도생활과 성사생활을 충실히 했는지에 대한 면담이 그 내용이다.

지금처럼 성당들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 공소가 많아서 본당신부는 예수 부활 대축일과 예수 성탄 대축일을 준비시키기 위해서 봄과 가을에 교우들의 신앙생활을 점검하고 고해성사를 주러 공소들을 순회했다. 이러한 판공의 기원은 박해로 인해서 교우들이 큰 고을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여기저기 산골에 교우촌을 형성한 한국천주교회의 특이한 상황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성탄찰고와 판공성사날은 신앙생활에 대한 시험 때문에 긴장 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그 공소에 있어서는 축제의 날이기에 신부님을 기쁘게 맞이하고 좋은 음식을 하여 대접하고 좋은 옷을 입었다. 신부님이 드시고 남은 음식을 자녀들에게 나누어 먹이며 흐뭇해하는 전통이 있었다. 우리 민족은 정말 지혜로운 처녀가 등잔의 기름을 준비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기 위해 교리와 성사생활, 기도생활에 대한 시험과 점검을 치렀던 것이다.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진소 신부님의 「한국천주교회의 소공동체 전통」에서 1800년대 교우들의 기도 생활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신자들은 아침에 기상하면서 잠자리에 들면서 성호경을 바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쳤다. 십자 성호를 긋는 것은 하느님 안에 내 구원이 있으며, 하느님과 함께 일상을 살겠다는 뜻이다. [...] 신자들은 기도문을 외우는 염경 기도를 통하여 기도의 관습을 길렀다. 신자 가정에서는 10세 이전에 중요한 기도문인 12단(12가지 기도문)과 三本問答, 아침·저녁 기도, 묵주 기도 등을 암기시켰고, 신자들은 기도문·교리문답·신심서적 등을 암송하였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아침·저녁 기도, 묵주기도, 교회가 매월 특별한 신심에 지향을 정한 대로 성월의 기도문을 바쳤다. 또 새벽·낮·저녁에는 삼종(三鐘)을 바쳤다.” 가족의 신앙생활은 연대성을 지니고 있어서 부모는 신앙의 증인이며, 자녀는 부모의 신앙을 먹고 자람을 신앙촌을 이룬 교우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판공에서도 이어졌다. “선교사들은 판공성사 때 아이들을 찰고하며, 나이에 따라 알아야 할 교리나 기도문을 배우지 못했을 경우, 부모와 가장인 할아버지에게 공동 벌을 주었다.”

만약, 현대세계에서 아이들을 찰고하여 제대로 못했다고 하여 부모와 가장인 할아버지에게 공동 벌을 준다고 하면 성당에 나올 가정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예전의 성탄찰고 전통은 본당에서 교리문제지를 풀고 상품을 타는 문화로 바뀌었고 찰고 없이 누구나 다 판공성사를 볼 수 있도록 바뀌었다. 신앙생활이 굉장히 편해졌다. 그런데 편해진 만큼 교우들의 신앙정도는 약화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조금 있으면 Marry Christ mas! 하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릴 것이다. 백화점은 한 달 전부터 성탄과 연말연시 시즌을 준비하면서 화려한 장식으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Christmas라는 말뜻이나 알고 좋아하는지 묻고 싶다.

중세에 사용되던 Christes Masse(그리스도의 미사)에서 왔음을 알고는 인사를 하고 있는지? 온 인류의 축제이지만 사랑과 평화를 주러 빛으로 오신 아기예수님의 정신보다는 향락과 단순한 송년회 분위기 차원으로 흐르는 경향이 적지 않다. 성탄의 기쁨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옛 신앙의 선조들의 모범을 따라 각 본당에서 준비한 대림절 프로그램과 성탄준비, 고해성사에 잘 참여하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구유예물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기예수님의 탄생으로 성가정을 이룬 성모 마리아, 성 요셉의 가정을 모범으로 각 가정이 함께 기도하는 기도공동체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윤종식·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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