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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비추어라] 124위 시복,복자 그들의 삶과 신앙

성령의 힘으로 신앙 일궈 ‘순교의 꽃’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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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창기 신자들은 교우촌을 이뤄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격려하는 천상의 삶을 살았다. 사진은 옹기를 구워 생계를 잇던 교우촌 모습.

빛을 찾아서 : 참 하늘 우러른 구도(求道) 영성

신앙 선조들은 스스로 빛을 찾은 진리의 구도자였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 교회사에 유례없이 선교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성령의 직접적인 인도로 평신도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러므로 자발적으로 복음을 수용한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강조하는 평신도사도직 운동의 선구자가 아닌가! 신앙 선조들이 진리를 향해 깨어 있음이 우리 민족을 빛의 세계로, 구원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제삼천년기를 살고 있는 순교자의 후손인 우리는 어디를 향하여 깨어 있는가?

신앙 선조는 일상에서도 하느님을 삶의 가장 가운데 모시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았다. 하느님은 절대적이었다. 가족ㆍ건강ㆍ재물ㆍ명예ㆍ생명도 소중했지만 하느님 위에 있지는 않았다.



빛을 전하며 : 온 누리에 빛을 전한 선교 영성

신앙 선조들은 자발적으로 찾은 빛을 적극적으로 전한 진리의 전파자였다.

성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 신앙 선조들은 성직자 영입을 위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온갖 고난을 감수하며 교황청에 성직자 청원의 서한을 보냈다. 신앙생활을 잘하기 위해 교황청에까지 성직자 청원의 편지를 보낸 신앙 선조들이 세계에 또 있는가?

또 천주교를 전하기 위해 신앙 선조들은 한문으로 된 교회 서적을 한글로 번역하였다.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선교 열정과 신분 질서가 엄격한 시대를 뛰어넘은 만민평등 사상과 인간 사랑에 감탄하게 된다. 성경ㆍ교리서ㆍ신심서ㆍ묵상서ㆍ기도서ㆍ순교자전 등 다양한 책들이 번역되었고, 또 필사되었다.

신앙 선조들은 세속적인 배움은 짧았지만 성령의 학교에서 덕행과 사랑을 배웠기에 가는 곳마다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그들은 더불어 사는 가난한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곤경에 처한 이를 남몰래 돕고, 배 고픈 이와 양식을 나누었다. 천주 신앙을 모르는 사람들은 신앙 선조들이 이렇게 삶으로 풀어내는 천주교에 입교했다. 신앙 선조들은 삶의 나눔과 섬김, 사랑을 통하여 빛을 전하였다. 또한 주님을 만나 전 삶이 변한 기쁨이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 아무리 말을 하려 하지 않아도 견딜 수 없어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온 세상에 외친 것이다. 선교는 이렇게 삶의 나눔이며 삶 속에 젖어드는 사랑의 육화임을 배우게 된다.



빛 속에서 : 온 삶으로 빛을 현양한 증거 영성

신앙 선조들은 빛을 찾고 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 삶을 빛으로 현양한 진리의 증거자였다. 일상에서 철저하게 복음적인 삶을 살았고, 마침내는 생명마저 주님께 봉헌한 순교로써 진리를 증거한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으면 순교할 수 없다. 신앙 선조들은 얼마나 하느님을 사랑했으면 순교하였을까? 도대체 그 힘을 어떻게 얻었을까? 신앙 선조들의 영적 양식은 기도였으며, 기도를 일상화하였다. 기도로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애원하며, 힘을 얻고, 하느님과 일치하였다.

박해 시대 신앙 선조들은 온갖 고난에도 성경 말씀을 봉독하고, 필사하며, 묵상하였다. 즉 말씀으로 살고, 말씀만 섬겼으며, 말씀을 시험하지 않았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전기ㆍ서간문과 교회 서적 등을 가보처럼 여기며,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하였다.

또 가혹한 박해에도 오늘의 한국 교회를 있게 한 깊은 뿌리가 바로 ‘교우촌 영성’이다. 신앙 선조들의 하늘을 지붕 삼아, 산을 울타리 삼아, 기도와 나눔의 생활을 하였다. 그들의 삶은 외적으로는 비참하였지만,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격려하는 신앙 공동체이었기에 지상에서부터 천상의 삶을 산 것이다.

신앙으로 인한 직접적인 박해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순교자들의 삶을 천편일률적으로 생각하며, 순교의 최후 순간만을 중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순교를 가능하게 한, 곧 순교에 이르기까지의 피보다 더 진한 인생의 전 여정을 깊게 만나야 할 것이다. 순교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진리의 구도자, 전파자, 증거자로 온 누리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고 있는 124위 복자! 이슬처럼 스러질 인생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 빛ㆍ길ㆍ꿈으로 부활하여, 생명과 희망이 넘실대는 푸른 세상으로 초대하고 있다.

“자,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 (이사 2,5)

제공=교황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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