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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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5) 가난한 사람들, 교회가 편안하십니까?

가난한 이, 특수사목 아닌 동등한 형제적 관계서 이해
모두를 위한 공동선 실현…교회, 다시 가난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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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바티칸 외부 첫 방문지로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찾았다. 교황은 자유와 일자리를 얻고자 이곳을 찾아 온 아프리카 난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후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웃들의 따뜻한 벗이 되어준 교황의 행보는 전 세계로부터 ‘파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충실하게 복음의 길을 따른 결과였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을 강조해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몸소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권력자들이 있는 예루살렘이 아니라 변방의 갈릴래아를 공생활의 시작 무대로 삼았다. 이방인과 세리, 죄인과 창녀들에게 다가갔고 그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작금의 교회 현실은 예수가 알려준 분명한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다. 성장주의와 물질주의 등 세속주의에 물든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은 설 자리를 잃고 떠나간다. 가난이 반드시 따라야 할 복음적 가치임을 선포한 교회는 과연 그 가치를 철저히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가난한 이들의 호소

얼마 전 운영하던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박상근(가명·58)씨 본당에서 맡은 직책도 다 내놓았다. 사목위원까지 지낸 그였지만 교무금도 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단체 활동은 언감생심이었다. 회사에 관한 소문이 돌면서 수군거리는 신자들의 모습은 그에게 상처가 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사목자와 수도자들과도 관계가 멀어졌다.

김서현(가명)씨는 소공동체 모임은 물론 신부님의 사목 방문 소식만 들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다섯 식구가 살고 있는 단칸방은 손님을 초대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손님을 대접할만한 여유도 없다. 게다가 같은 구역 신자들이 만나면 꺼내는 부동산, 자녀교육 등의 이야기에 김씨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 되려 이질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돌아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는 “누가 막는 건 아니지만 구역반 모임이나 본당에서의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며 “돈이 없으니깐 신앙생활도 어렵다”고 고백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이 교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코 가난한 이들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중산층 이상 신자들과의 모임에 참여하는 사제와 수도자는 많지만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찾기 쉽지 않다. 한 고위성직자는 지난해 한 복지시설을 방문해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그곳 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신자에게서 가난한 이들과의 선약을 취소하고 다른 신자들의 초대에 응한 사목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회로부터 소외 받는 가난한 이들이 자리는 교회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가난한 신자들은 주일과 관계없이 생업에 종사한다.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을 하고 쉬는 날은 한 달에 고작 2~3번 남짓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성당에 갈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반면 교회 내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전국 본당 중에서 불과 몇몇 곳만 직장인 미사와 구역반 모임, 같은 직종 간의 모임을 마련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난한 이웃을 “나 자신과 하나”(「복음의 기쁨」 199항)로 여기고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와 달리 이들의 삶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본당 사목자의 자문협의회인 ‘사목협의회’를 비롯 소공동체모임 봉사자 구성만 보더라도 가난한 이들의 자리가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들 단체 봉사자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이다. 한 사목자는 “물질적인 수준과 교회에 투자하는 시간이 비례하기 때문에 중산층 이상 신자들을 봉사자로 뽑을 수밖에 없다”며 가난한 이들을 선택할 수 없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교회로 남게 할 것인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것”을 사명의 첫 자리로 삼은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 가버나움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선포했고 잃어버린 양을 찾아 밖으로 나섰다. 일부 사목자들은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에 근거해 “가난한 이들이 편안해지려면 사목자들이 움직여야 하고 가난해져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성환 신부(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장)는 “봉사하는 이들과의 친교만 있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서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며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고 구체적으로 내어주는 삶을 통해 그들이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난한 이들의 해방의 길에 동행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과 멀어지고 있는 한국교회에 방향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교황 방한 이후 가난한 이들에게 편안한 교회가 되기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교황이 지난해 성 목요일 로마 한 소년원을 찾아 발씻김 예식을 하고 있는 모습.【CNS】
 
중산층이 된 교회

한때 핍박 받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투신 했던 교회는 고도의 성장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이 신자는 500만으로 늘었고 본당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도 발생했다. 가난을 주창했던 교회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게 됐다. 교회의 증산층화는 각종 연구와 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톨릭신문이 2007년 본지 창간 80주년을 맞아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 신자의 월평균 소득은 일반국민에 비해 17.8 높았다. 일반국민의 경우 305만원(통계청 자료)이지만 교회 신자들은 360만원이었다. 직종도 신자 중 사무직 비율이 29.2, 생산·단순 노무직, 기능직 종사자는 11.4에 달했다. 일반국민이 사무직 14.1, 생산·단순 노무직, 기능직 종사자 32.7로 확인된 통계청 자료(2006년)와는 대조적이었다. 이 조사는 또 신자들의 사회의식도 보여준다. 사회문제에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으며, 사회참여에 대한 열의도 낮았다.

교회의 중산층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신모 신부(의정부교구 선교사목국장)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중산층 신자 수가 짧은 기간 동안 급증하는 사태에 앞서 교회의 관심은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쏠리게 된다”며 “여전히 가난한 신자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지적은 교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특수사목의 대상이 됐고, 본당에서는 이들이 설 자리가 사라졌다. 교회가 중산층화 됨에 따라 일부 사제와 수도자의 생활수준 역시 고급 스포츠를 즐기고 최신 전자기기를 소유하는 등 중산층 이상의 문화를 영위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또한 교회 소유의 한 병원에서는 1인실과 2인실 등 상급병실이 40 이상 운영되



가톨릭신문  20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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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61장 1절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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