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만 머무는 평신도, 사회 속 신앙 전파 역할엔 미온적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은 주교와 신부, 부제, 봉헌 생활자와 평신도 모두를 청중으로 하지만, 특별히 그 전반부는 사목자들에게 발해지는 강력한 회심과 변화로의 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늘날 사목과 사목자들에 대한 신랄하고 비판적인 권고이다. 상대적으로 평신도들의 신앙과 삶에 대해서는 그처럼 비판적인 어조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조금 불공평해보이기까지 한다.
아울러 주목할 만한 것은 후반부의 3분의 2 가량이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 즉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이 사회와 갖는 관련성,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공동선과 평화의 문제, 그리고 신앙과 교회가 사회와 세상과 나누는 대화를 중심적인 주제로 삼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평신도를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 자신’이며, “현세의 일을 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존재로 규정(교회헌장 31항)한 취지와 실제 현실의 조건들을 고려할 때, 복음화가 갖는 사회적 차원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평신도의 소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직자들이 부여받는 역할보다도 오히려 더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 현실
비록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날 교회에 제기되는 ‘또 다른 도전들’의 맨 앞에 평신도의 정체성과 소명에 대한 매우 압축적인 언명을 하고 있는 것은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닌 듯하다. 즉,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 102항에서 평신도의 소명과 정체성, 현대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의 현실과 사목적 도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별히 교황은 “깊은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사랑 실천과 교리 교육과 신앙 거행의 임무에 매우 충실한 평신도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에 관한 의식이 점차 증가”되어온 것은 사실이고, 교회가 “많은 평신도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실한’ 평신도가 부족하고, 평신도의 자기 정체성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모든 곳에서 바람직하게 나타나기만 하는 것은 아님을 교황은 심각하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평신도들은 때로는 교회 안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교회 운영에 참여할 자세가 갖춰져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봉사직에 참여하고 있는 평신도들 역시 교회 안에만 머물 뿐 평신도 본래의 고유한 영역인 세속, 즉 “사회, 정치, 경제 분야에서 그리스도교 가치를 더욱 확산시키는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교황은 지적하고 있다. 비록 힐난조는 아니지만, 교황의 이러한 지적들은 오늘날 평신도들의 복음화 노력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신문이 교황 방한에 즈음해 실시한 설문조사 ‘교회 쇄신, 300인에게 물었다’에서 평신도의 신앙과 삶의 쇄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항은 세 가지였다. 그 중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19.74)은 5명 중 1명이 긴급한 쇄신 과제라고 지적했고, 다음이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과 삶의 유리’(13.49)로 나타났다. ‘가정생활과 생명윤리 실천에서의 교회 가르침과의 유리’(7.57)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지만 이 세 가지 모두가 신앙 의식과 실천의 괴리 문제를 안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지적돼야 할 문제는 교회의 다양한 쇄신 과제들은 한결같이 평신도들이 성숙한 신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가장 많이 지적된 성직자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의 문제만 해도 평신도들의 미성숙이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양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 교회의 지도력이 고위 성직자나 교구청이 아니라, 본당에서의 왕성한 평신도 활동에서 나올 것이라는 아일랜드 더블린 대교구장 디아뮈드 마틴 대주교의 지적 역시 교회 쇄신에 있어서 평신도의 성숙하고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신앙이 관건임을 염두에 둔 것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 102항에서 현대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신도의 현실과 사목적 도전에 대해 말하며 “깊은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사랑 실천과 교리 교육과 신앙 거행의 임무에 매우 충실한 평신도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