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7) 나를 성당 안에 가두지 말라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 제4장 전체에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라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4대강 사업 저지 천주교연대가 2011년 3월 낙동강 화원유원지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1월 온라인 공간에서 한 ‘사회참여적 수업 내용’이 화제가 됐다.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김유정 신부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와 박창신 신부 강론 내용을 두고 교리신학원 강의에서 한 수업 내용이다. 복잡해보이는 사회 참여에 대한 가르침을 문답식으로 풀이한 강의의 최대 미덕은 논리의 간결 명료함과 구체성, 그리고 적절한 비유와 은유였다. 몇 가지를 발췌, 새삼스레 소개한다.



문: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답: 「간추린 사회교리」라는 책이 있는데, 복음적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식별하고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교황청 문헌을 모은 것입니다. 간추렸는데도 612쪽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 책 전체가 ‘교회는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개인교리’만 교리이고 ‘사회교리’는 교리가 아닌 줄 아는 것이 문제입니다.

문: 성직자가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항목이 교리서에 있다는데요?

답: 정치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성직자가 누구인지 아세요? 우리나라에서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꼽을 수 있지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정치에 깊이 관여하신 분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입니다. 폴란드의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해체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셨죠. 박신부님의 강론이 지나친 정치 개입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요한 바오로 2세와 성모님께도 뭐라고 하세요. 성모님도 파티마에 발현하셨을 때,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잖아요? 그것은 정치 개입 아닌가요?



김 신부는 “그래도 좀 조용히 신앙생활할 수 있게 교회가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 학생의 말에 다시 이렇게 답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흔들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흔들고 계시는데 묵주기도 5단, 10단 하는 걸로 내 신앙의 자세가 끝나는 걸까요? 예수님이 물으십니다.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 가겠느냐?”

그는 이어 덧붙인다.

“정치가 더럽다고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 정신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끗한 정치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인 정신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입니다.”

“나를 성당 안에 가두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제4장 전체에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라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은 항상 구체성을 띠기 때문에 4장 전체를 정독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한국 사회의 논란이 되는 많은 정치적, 사회적 사안들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부족함이 없다.

교황은 분명히 말한다.

“누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콜카타의 데레사 복자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도록 이를 성당 안에 가두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누구도 종교를 개인의 내밀한 영역으로 가두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183항)

교황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종교는 국가 사회 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지 말라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교황은 현세의 문제들에 대해서, 아주 “세부적인 것으로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구체적인 가르침을 회피할 수 없다”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반론’을 경계하고 그 가르침들이 “복잡한 현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실천적인 결론”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교회의 사목자들은 인간 생활과 관련되는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고 확언한다.(182항)

그 어느 누구도 종교는 결코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어야 하고 오로지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도록 준비하기 위해서만 종교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정의가 정치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183항)

교황은 이처럼 분명한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흐리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왜 그토록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듭니까? …왜 그토록 분명한 것을 구름으로 가립니까?”(194항)

교황은 그러면서, 태도가 분명하지 못한 교회 지도자들에게 경고한다.

“정통 교리의 옹호자들은 가끔 수동적이라거나 특권층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무참한 불의의 상황과 그 불의를 지속시키는 정치 체제와 관련하여 공모자라는 비난을 받습니다.”(194항)

한국교회 쇄신의 과제 ‘사회교리에 무관심’

지난 6월 가톨릭신문이 교황 방한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으로서 교회 쇄신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과 관련된 항목은 크게 세 가지였다.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항목으로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14.14)과 함께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19.74)과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과 삶의 유리’(13.49)도 소홀할 수 없는 쇄신의 과제로 지적됐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무관심한 것은, 앞서 언급한 김유정 신부의 말을 빌면, ‘사회교리’는 교리가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이다. 교회의 ‘사회교리’가 간추렸는데도 612쪽에 달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대한 가르침이며, 믿는 이라면 반드시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하는 교회의 공식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사회와 정치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교황은 다시 한 번 촉구할 것이다.

“…왜 그토록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듭니까? …왜 그토록 분명한 것을 구름으로 가립니까?”

가톨릭신문의 설문조사 당시, 김유정 신부는 한국교회의 긴급한 쇄신 과제로 사회교리에 대한 인식 부족과 성과 속의 구분 문제를 꼽았다.

“아직도 한국교회에서 사회교리는 일부 관심 있는 신자들이나 접하는 분야로 남아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사회교리를 알면 사회를 보는 눈과 관점이 명확해지고 신앙도 성숙해진다. 성과 속의 구분 문제도 사회교리에 대한 인식 부족과 관련이 있다.”

성염 전 교황청 주재 한국 대사는 “사실 사회교리를



가톨릭신문  2014-08-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집회 3장 14절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혀지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