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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당신은 큰 가슴과 밝은 눈으로 저희들을 희망의 틈으로 이끄셨습니다”

특별기고- 약속은 지킵니다 / 이창건 승훈 베드로(아동문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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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을 때보다 가셨을 때가 더 기쁩니다. 당신의 신비가 저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런 신비가 아주 오래도록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황님은 하느님과 모세와의 약속과 같은 엄청난 역사의 변화를 지향하신 큰 자비로 오셨음을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셨지요.

2014년 8월 14일 당신께서 이 땅에 헌신하러 오셨지요. ‘일어나 가자’라고 말씀하시며 부활을 맞으러 스스로 가신 예수님의 걸음으로 오셨습니다. 기뻤습니다. 무어라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마치 생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예수님 태어나신 날처럼, 부활의 아침처럼, 설날을 맞는 것처럼 당신께서 오신다는 좋은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저희는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그동안 짓눌렸던 마음이 풍선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누군가 아프면 안 되는데, 우리나라가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움직이면 안 되는데, 교황님께서 편찮으시면 안 되는데,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하나, 멀리서 포 소리가 나면 안 되는데,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니, 어떤 때는 이유도 없이 저희는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운 아픔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 오신 날부터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졌습니다. 이것이 평화이며 행복이구나 하는 행복감이 들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쏙 빼닮으셨습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가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가난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어린아이셨습니다. 정말 그대로이셨습니다. 어디서나 어린아이들을 입맞춤으로 축복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품에 안으셨습니다. 아프고 슬프고 쓸쓸하고 괴로운 마음들을 감싸 안으셨습니다. 저희는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하고 쑥스러웠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정의와 평화를 말씀하셨고 용서와 화해의 지혜를 선물로 주시고 가셨습니다. 부의 곁에서 가난이 자란다고 하셨습니다. 어찌 가난만이 그러하겠습니까! 탐욕이나 명예나 권력 또한 그렇다고 말씀하셨지요, 교황님!

이제 교황님께서 가셨습니다. 2014년 8월 18일. 빨간 구두도 신지 않으시고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언제나 자신을 낮추신 교황님, 가신 자리가 너무 크게 비어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신 교황님, 한국인은 존엄성을 지킨 민족이라고 하셨습니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가 없었다고도 하셨습니다. 교황님 고맙습니다. 당신은 큰 가슴과 밝은 눈으로 저희들을 희망의 틈으로 이끄셨습니다.

이제 저희들의 몫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인생에서는 왜 사랑만이 남는지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하늘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저희의 땅에서 모든 백성에게 가르침으로 주고 가셨습니다.

저희는 허전합니다. 그리고 충만합니다. 비어있을 당신 자리, 충만한 당신 자리를 이렇게 채우겠습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당신께서 드러내신 주님의 자비를 저희의 부족한 기도로 채워 드리겠습니다.

거리의 굶주린 나그네를 위해, 풀과 나무와 새들과 짐승들을 위해, 헐벗고 병들고 목마른 이들을 위해, 감옥에 있는 이들을 위해, 전쟁으로 신음하는 난민들을 위해, 사도들을 위해, 교황님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좀 더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정직하겠습니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지 않았다고 베어내지 않겠습니다. 교황님! 희망을 가지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 가장 멀리 씨앗으로 뿌려놓은 별을 바라보겠습니다. 형제들과 화해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는 법은 없습니다.

교황님께서 떠나시고 더 많은 눈물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가실 때 선물로 받으신 소녀의 꽃다발을 성모님께 봉헌하셨다지요. 고맙습니다.

교황님, 저희를 위하여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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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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