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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수정 추기경 등 주교단이 하나원 수료생들이 하나의원에 보내온 감사 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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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수정 추기경 등 주교단이 한겨레중ㆍ고교 곽종문(왼쪽) 교장으로부터 탈북 청소년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커피바리스타 교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주교들이 사목 현장을 찾아가 신자와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주교현장체험’이 8일 열렸다. 주교들은 쓰레기 매립장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북한이탈여성 정착을 돕는 안성 하나원을 방문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주관한 현장 체험에 참가한 주교단은 8일 인천광역시 서구 백석동과 경기도 김포 일원에 걸쳐 있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찾았다.
강우일 주교를 비롯해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안전한 쓰레기 처리와 자원 재순환 과정을 확인했다. 매립지는 수도권 인구 2500만 명이 버리는 쓰레기 종착지로 여의도 면적의 6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이다.
쓰레기 매립의 한계는 몇 년인지, 매립할 때 어떤 흙을 사용하는지, 건설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되고 찌꺼기로 만든 고체 연료를 태울 때 오염물질 배출은 없는지 등 주교단의 질문이 이어졌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재현(가브리엘) 사장과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악취와 먼지, 해충, 침출수를 우려했던 주교단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주교단은 한목소리로 “쓰레기 매립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다”며 “매립 규모와 친환경 처리 모두가 매우 놀라웠고 새로운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주교단은 하루 7500t의 침출수가 바이오 가스로 발전되는 자원 순환 시설을 방문해 설명을 들었고 제2 매립지를 찾아 쓰레기가 실제로 버려지고 매립되는 현장을 확인했다. 또 음식물 폐수와 하수 찌꺼기 처리 그리고 자원화 시설도 방문했다.
주교단은 친환경 매립시설이 수도권을 넘어서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강우일 주교는 “수도권 매립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쓰레기 처리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염려된다”며 “시설 운영자의 친환경 의식과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태 주교는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지 놀랐고 친환경으로 처리돼 자원으로 재생산되는 것도 놀랐다”며 “지방에도 이런 쓰레기 처리장이 가동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신철 주교는 “환경 친화적이고 재생에너지 생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혐오시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신자가 이곳을 방문해 매립지 종사자들에 대한 격려와 자극을 동시에 해 달라고 요청했다.
매립지를 방문한 주교들은 쓰레기 발생 후 환경적인 처리도 중요하지만 오래 사용하고 덜 버리는 소비문화가 정착될 때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 주교는 특히 지금 이 시대의 가장 우선적 과제는 ‘생태적 회개’의 삶을 살면서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모두에게 전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쓰레기 재생 시설을 둘러본 권혁주 주교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창조 질서로 복구한다면 무수한 자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재현 사장은 “내년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이 시행되면 지자체의 쓰레기 부담금이 늘어나 이를 줄이기 위한 재활용이 더욱 활성화돼 매립지로 최종 반입되는 쓰레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장 견학을 마친 주교단은 녹색 바이오 단지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걷고 폐기물 자원화 현안과 대책에 대해 공사 측과 좌담회를 가졌다.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일정대로 교육받기 힘들었을 텐데 하나원에서 나가면, 뭘 가장 먼저 해 보고 싶으세요?”
“맥주를 마시고 싶어요. 치킨도 함께요. 함경도식 녹말국수도 먹고 싶습니다.”
4세 때 평양을 떠나 월남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의 질문에 함북 회령 출신 북한이탈 여성 최 아무개(27)씨가 ‘치맥’을 먹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를 지켜보던 임병철 하나원장은 “나가시기 전에 꼭 소원을 들어드리겠다”고 말을 건네며 웃는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 등 주교들이 8일 안성 하나원을 찾았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이기헌 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대전교구 총대리 김종수 주교도 함께했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중 탈북 여성들이 국내 정착에 앞서 교육을 받는 하나원을 방문, 정착 교육과 사회생활 준비 상황을 살폈다. 일정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에서 주관했다.
주교들은 하나원 교육생들과 대화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 과정, 정착 준비 전반을 물었다. 국내 정착을 눈앞에 뒀는데 소감은 어떤지, 한국 사람들을 만나며 가장 어려웠던 게 무엇인지, 북의 종교 생활은 어떤지, 북 식량 배급은 요즘 어떻게 이뤄지는지,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연락은 되는지, 탈북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북에서 본 한국 드라마는 무엇인지 등 질문 내용은 다양했다.
북한이탈주민 국내 정착 비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임 하나원장은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1만 2000여 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북한이탈주민 취업률은 55, 실업률은 5.1, 월 평균임금은 163만 원으로 나왔다”며 “일반 국민 취업률 61, 실업률 3.6, 월 평균임금 237만 원에 비하면 낮거나 열악한 편이지만, 해마다 호전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훈련을 거쳐 직업을 갖기까지는 3년이 소요되는 만큼 종교계, 지역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을 잘 보듬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생들과 면담을 마친 주교들은 237기 북한이탈 여성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하나의원과 교육 시설, 종교실, 기숙사 등 하나원 시설을 둘러봤다. 특히 부모와 함께 탈북한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하나둘학교 청소년반 학생들 20명을 직접 만났다.
김종수 주교는 “오래전부터 하나원이 궁금했는데, 오늘 방문하게 돼 좋은 시간이었다”며 “이제 3개월간의 짧은 교육 기간을 마치면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주교단은 이에 앞서 화천 하나원에서 온 북한이탈 남성을 포함해 235기(118명) 수료식에 참석, 방문 선물로 ‘구급함’ 290개를 전달하고 격려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격려사를 통해 “정착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꺼이 함께하며 도와주려는 선한 의지를 가진 분들이 더 많다는 걸 기억하고 슬기롭게 헤쳐나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교들은 이어 안성 하나원 인근에 탈북 청소년들이 정규교육에 적응하는 데 ‘디딤돌’이 될 학교로 건립된 한겨레중ㆍ고교를 방문, 학교 현황과 운영 전반에 관해 듣고 탈북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에겐 농구공과 축구공을 10개씩 선물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