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형제, 또다른 살인일 뿐 범죄 억제력 없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선장은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하지 않고 탈출했다. 선장은 사형선고를 받아야 할까?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생존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선장님이 사형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적혀있는 종이에 이름을 쓰라고 할 때도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손을 벌벌 떨면서 종이를 쳐다봤어요. ‘잘못했으니까 죽어야 마땅하다?’ … 화를 내봤자 또 다른 불의가 생기니까. 그걸 방지해야 할 사람들이 좀더 열심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잘못을 뉘우치도록 도와주는 게 맞는 게 아닌가.”(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참조)

이처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사형제도를 ‘사회 비용’으로 이해하기보다, ‘윤리와 생명 보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교육이 도와야 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가 ‘사형제도 폐지 토론을 위한 교사용 자료집’을 발간했다. ‘우리는 왜 살인이 나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인하는 사람을 살인하는가?’를 주제로 한 자료집을 활용해 사형제도에 관한 궁금증을 짚어본다.









Q. 한국은 완전한 사형 폐지국인가?



A.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다.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사형제도 폐지는 세계적 흐름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224개국 중 과반수인 143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106개국만이 형법상 사형제도가 없는 ‘완전한 사형 폐지국’이다. 우리나라가 완전한 사형 폐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논의는 여론을 따르기보다 ‘인권’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Q. 사형을 집행하면, 흉악 범죄율이 낮아진다?



A. 사형제도와 범죄 억제력은 관계가 없다. 치밀하게 모의 된 범죄는 ‘발각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발각될 경우 사형 처벌을 받는지는 범죄 행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충동적인 범죄도 마찬가지다. 사형제 유무가 범죄의 충동성을 억제하지 않는다. 중범죄인은 사형제도가 없어도 무기징역 등 중형에 처한다. 범행 억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유엔 조사보고서는 1988ㆍ2002년 두 차례 조사를 통해 사형제도는 위협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다른 형벌에 비해 보다 강력한 살인 억제력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도 실패했다.





Q.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세금 낭비다?



A. 인간의 생명을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또한, 사형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형수 1명에 들어가는 예산은 2008년 기준 연간 160만 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는 끼니당 약 1000원으로 113만 7000원이다. 그다음이 의료비로 21만 원, 연료비가 10만 1000원, 수용비가 9만 4000원, 피복비가 5만 3000원 등이다. 현재 남아 있는 한국의 사형수 61명에게는 연간 6000만 원이 소요된다.

중요한 것은 “세금은 어디에 쓰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세월호를 인양할 때 많은 언론이 수천억 원대 인양 비용에 대해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똑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세월호 인양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서라도 단 한 명의 국민이라도 생명을 잃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면 그 비용을 아깝다고 말할 수 있을까.





Q. 사형 판결을 받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A. 사형 판결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 관심이 부족한 이들이 받을 확률이 더 높다. 국제 엠네스티는 사형 판결을 받은 사람 중 빈곤자, 소수자, 특정 인종이나 종교 그룹의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았다고 보고했다.

2015년 기준 사형수 60명의 범행 당시 연령, 직업, 학력, 전과, 가정환경, 범행 동기 등을 분석한 결과, 성장기 가정환경이 불우한 사형수들이 많았다. 고아는 10명이나 됐다. 한부모 가정(17명)이나 의붓어머니(4명) 밑에서 자란 사형수도 상당수였다. 가정 폭력에 노출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다수가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재범 이상 전과자는 39명으로 전체의 65에 달했다. 범행 동기는 금전 등 경제적 이유가 47(28명)로 가장 많았다.(경향신문 2015년 4월 24일자 참조) 이처럼 사형 판결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 관심이 부족한 이들이 받을 확률이 더 높다.





Q. 사형제도는 정치적으로 악용된다?



A. 한국에서는 사형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경우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음모죄로 1980년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형 선고 당시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구명운동이 일어났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재위 1978~2005)은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통해 두 차례나 편지를 보내 선처를 당부했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도 대표적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북한의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 인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여덟 명이 사형 판결을 받고 불과 17시간 만에 처형당했다. 이들은 2007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사형제도가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6

마르 3장 35절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