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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하얼빈의거 110주년 기념 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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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신앙을 바탕으로, 나라를 향한 사랑과 인류를 향한 평화를 행동으로 실천했던 독립운동가 안중근(토마스·1879~1910) 의사. 그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부르짖으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했다. 이 하얼빈 의거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며, 특별히 안 의사가 주창하고 또 실천했던 동양평화사상과 국채보상운동의 나눔·책임 정신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는 학술회의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10월 18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사단법인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상임대표 신동학),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중근연구소(소장 박주), 가톨릭신문사(사장 이기수 신부)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학술회의 기조강연은 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했으며, 발표에는 김형목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 황종렬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동원 사단법인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신부가 나섰다. 발표주제는 각각 ‘안중근 일가의 국채보상운동사에서 위상’,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형성 배경’,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교육 방안’이다. 이어 토론은 이동언 선인역사문화연구소장, 박환 수원대 교수, 장병일 가톨릭신문사 편집국장이 맡았다.


안중근 의사는 개항기 지식인으로서, 신실한 가톨릭신자로서, 문(文)과 무(武)의 가치를 인정하고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생전에 동양평화, 나아가 세계평화를 추구했다. 구체적인 평화의 전제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강조했으며, 그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다. 무엇보다 안 의사가 강조한 평화의 개념은 일본 아시아주의자들이 내세우던 동양평화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톨릭신앙에 근거한 평화였으며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열린 민족주의의 특성’을 품고 있다. 안 의사는 또한 국채보상기성회 관서지부를 개설하고 운동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평화의 비전을 밝히며 경제 영역에서는 ‘공동 은행 설립’, ‘공동 화폐 제도 구축’, ‘아시아 단위의 상공업 공동 육성’ 등도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채보상운동은 안 의사가 제시한 동양평화의 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실천적인 활동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안 의사가 생전에 주창하고 또 투신했던 ‘동양평화’, ‘나눔과 책임’ 정신은 현대사회에서도 적극 실천해야 할 가치다.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중들에게 확산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과제가 제시됐다.

‘안중근 의사의 국채보상운동과 동양평화론: 실천방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연 학술회의에서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장투쟁이나 애국계몽운동이 평화사상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심층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학술회의 기조강연을 통해 이 같은 필요성을 밝혔다. 안 의사 평화사상의 원천에 대한 연구와 그가 평화사상에 대해 구술할 때 사용한 단어의 정확한 개념 파악도 요청된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또한 그동안 안 의사의 평화사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는 미완성 원고인 ‘동양평화론과 일부 자료만이 집중적으로 검토된 점도 지적, 연구 자료를 폭넓게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술회의에서는 안 의사의 평화사상을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경제’ 실천과 ‘경제와 생태의 통합’, ‘지구적 연대’를 통한 ‘사회적 동반’ 등도 제시됐다. 황종렬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동양평화사상과 국채보상운동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밝히고, 이 둘은 국민의식과 경제 비전의 관점에서 서로 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안 의사 뿐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안 의사 일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한 안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을 현대인들이 배우고 실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동원 신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동양평화사상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한·중·일 청년들이 서로의 역사 인식 차이를 이해하고 화해와 평화를 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평화의 순례’ 실시와 ‘동양평화회의 조직’을 제안했다. 청소년들이 역사·문화 교육을 통해 ‘평화의 사도’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밝혔다. 김 신부는 아울러 정치와 경제, 안보 등의 분야에서 보다 실질적으로 협력하도록 돕는 구심점으로 ‘동양평화공동체’를 형성하자는 의견을 냈다.

한편 학술회의 개막식에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우리나라는 현재 독립국가이지만 여러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역학 관계 안에서 핵 위협과 경제적 압박 등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이러한 한반도의 상황은 110년 전 국채보상운동과 동양평화 등이 절실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안 의사가 실천한 가치들은 오늘날에도 절실하다”며 “이번 학술회의는 안 의사의 애국심과 신앙심이 세상에 더욱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그 모범을 따르는데 힘을 싣는 중요한 자리”라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사장 이기수 신부도 인사말을 통해 “아직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민족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가 절실한 이 때에 안 의사의 동양평화정신과 국채보상운동의 나눔과 책임 정신을 어떻게 실천할지 논의하며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의무 또한 고민하면서 함께한다면 이 학술회의가 더욱 뜻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에서는 학술회의 각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 제1주제 : ‘안중근 일가의 국채보상운동사에서의 위상’

- 김형목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안중근 의사의 항일운동 면면을 살펴보면, 특히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집안의 어른이자 자녀들을 항일운동으로 견인하는 정신적인 지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국권회복운동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집안의 경제적인 여유와 부모님의 절대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또한 천주교 입교는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한 현실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배양시켰다. 교회를 통해 근대교육을 접하고 각종 서적·신문·잡지를 구독한 경험 등은 국제정세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밑거름이 됐다.

안 의사의 근대교육운동과 국채보상운동 경험은 현실인식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다. 특히 진정으로 동양평화를 갈구한 사상가로서의 참다운 면모는 이러한 경험적인 산물에서 비롯됐다. 안중근 일가의 교육·계몽 활동이나 국채보상운동에서 그 역할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제2주제 :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형성 배경’

- 황종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안중근 의사의 모습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은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모습이다. 그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이 신음하는 민족에 다가가 돌보고 그 고통을 주는 이토를 저격한 것이다. 또한 안 의사의 생애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존재와 행동으로 증거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은 가톨릭교회가 강조하는 평화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그가 동양평화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동양평화회를 조직하자고 제안한 것은 동양을 한 집안으로 인식, 즉 세계가 한 집안이라는 인식의 틀 위에서 가능했다. 특히 단순한 공동 사업에서 국가적 연대로 확장하자는 공동 은행 설립 등을 제안했는데, 바로 국채보상운동이 이러한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또한 국채보상운동에 담긴 정신을 바탕으로 공동 화폐 제도까지 제안할 수 있었다.


■ 제3주제 :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교육 방안’

- 김동원 사단법인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신부

안중근 의사의 생애는 유가(儒家) 문화와 생활의 기초 위에서 가톨릭 신앙을 수용해 형성됐으며, 동양평화론은 그의 사상적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평화론은 동양과 서양의 대결 구조에 의한 지역주의와 인종론의 한계성으로부터 동양 민중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목격한 경험적 확신과 가톨릭 신앙으로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동양평화론은 단지 관념에 머물지 않고 하얼빈 의거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상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대에 그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가 정의의 사도요 평화의 사도로서 지녔던 면모와 사상을 더욱 널리 홍보하고 교육하며 현대 아시아의 상황과 국제정서에 합당한 훈련 및 노력과정이 필요하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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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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